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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Mar 21. 2024

창피하지 않은 성공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공법칙 21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또는 5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지 더운 여름 어느 날, 나는 50~60명의 아이들과 학교 운동장을 뛰며 기합을 받는 중이었다. 무엇을 잘못해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에 없지만 5바퀴를 선착순으로 달렸다. 사실, 그때는 선생님이 쉽게 운동장 뺑뺑이를 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벌인지, 운동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비가 내리듯이 쏟아지는 땀 세례 속에 하나둘 씩 목표점을 통과했다. 그중에서 제일 꽁무니를 쫓아가던 나도 종착지를 지나 수돗가로 직행했다. 그 당시 나는 전교생 중에서도 내로라하는 우량아(優良兒)였고, 달리기는 엄청나게 힘든 노역이었다.  


수도꼭지가 내 순서에 다다를 즈음, 어디 계신지도 몰랐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뛰었나? 끝까지 안 뛴 사람 있나?"

곧바로 이어서 들려오는 친구(친구가 맞나?)의 목소리,

"야, 돼지! 돼지!! 선생님이 너 부르시잖아!!!"


돼지, 맞다. 바로 나다. 

선생님은 무심한 듯, 보지 않는 듯하면서 그 다섯 바퀴를 모두 채우는지를 보고 계셨고, 나는 너무 힘든 나머지 나를 이미 1바퀴 이상 따라잡은 친구들에 끼어서 자체 조기종료를 했던 것이다. 


한 바퀴를 속인 벌로 운동을 몇 바퀴 더 뛰었는지, 별도의 벌을 받았는지 등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단지, "돼지"라며 부르던 그 녀석의 목소리와 한없이 커지던 나의 자책감만 40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



GE가 기업혁신을 주도하며 잘 나가던 시절에 회장이자 CEO였던 잭 웰치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적대적 인수합병,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을 단행했던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Passion/열정'이었다. 푹 들어간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던지는 그의 말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도 기억할 정도니..


하지만 대표적인 기업 성공사례로 인용될 정도로 각광받았던 GE는 잭 웰치의 유산에 의해 발목이 잡히게 되었다. 제조업 본연의 모습을 잃고 단기적 성과를 위해 진행된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인사평가 하위 10%를 퇴출시키는 '10% 룰' 등은 기업의 근본과 조직문화를 갉아먹고 있었다. 특히 기업의 외형을 확장하기 위해 세운 GE의 캐피털 분야가 부실덩어리로 돌아보면서 2008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룹 전체의 거대한 위해요소가 되었다. '발명왕' 에디슨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했던 기업인 GE는 결국 2018년에는 미국 다우존스시장에서도 퇴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그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잭웰치 회장의 "Passion"이라는 단어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라고 말이다. 



통상적으로 성공이란 그 무언가를 획득한 상태를 말한다. 많은 이들은 그것을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이 무시되거나 생략된다면 그 결과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잭웰치 회장과 GE의 사례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맹목적인 목표지상주의로 인한 실패한 경우를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나도, 내 옆에 있는 친구와 동료도 그렇게 갑작스러운 '목표달성'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매주 금요일, 토요일이 되면 로또 부스 앞에 줄을 서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행복과 성공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개리비숍의 이야기처럼, 내가 원하는 것과 그 방향이 '내가 추구하는 행복'과 일치하는지를 깊이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가기 위한 지도를 작성하고 한 걸음씩 충실하게 디디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곁에 두고 읽는 다양한 책 속에 어는 구석에서도 "목표를 빨리 달성하라"는 내용은 없을 것이다. 명심하자! 결정과 판단은 빨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는 그에 필요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급히 먹은 밥은 체하고, 급히 지은 밥은 설익는다. 

밥이야 다시 짓고 먹으면 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설계된 삶은 다시 세워 고치기 어렵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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