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의미 변화 사례들을 봅시다.

1막 14장 ― 의미 변화의 사례

by CCCV 츠스쿠

1막 8장에서 "탈색"을 다루며 의미의 변화를 잠깐 다뤘었고, 1막 9장에서는 비유를 비롯해서 여러 의미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뤘었죠.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단어의 의미가 변화한 여러 사례를 보여드릴 테니, 언어를 창작하는 데 있어 유용했으면 합니다!


1. fulsome [풀섬]

fulsome은 영어 단어로, 원래 full [풀] {가득 차다} + -some [섬] {~한 느낌의}의 구조로 만들어져, 본래는 당연히 {가득 찬}, {풍부한}이란 뜻이었죠. 그런데 뜻이 점점 안 좋은 쪽으로 변해 중립적인 의미의 {통통한}, 나아가 {밥을 너무 먹은}, {배가 너무 찬}의 뜻으로 변했답니다.


이후에는 아예 {역겹다}라는 뜻으로 변해 지금은 {역겨울 정도로 지나치다}라는 뜻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다시 본래의 뜻인 {전부 다}, {전체의}, {방대한}이란 뜻으로 변했답니다.


부정적으로 변한 단어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죠.


"놈", "계집"은 원래 남자/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 아닌, 남자/여자를 의미하는 말이었답니다. 그런데 점차 급이 낮아지게 되었죠. 이뿐만 아니라 "양반", "당신" 같은 말들이 모두 똑같은 과정을 겪었답니다.


또, 라틴어의 sacer [사케ㄹ]는 원래는 {성스러운}이라는 뜻이었답니다. 그런데 점차 {신성한}, {운명적인} 같은 뜻으로 변하다가, {운명에 따라 저주 받은}, {저주 받은}, {끔찍한}, {흉측한}, {악한} 같은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동시에 상반되는 뜻을 가진 단어들을 자기반의어라고 한답니다. 라틴어에 또 다른 좋은 예시가 있죠. 고대 이전의 로마 사람들은 법이란 신이 내린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sancio [상키오] {성스럽게 하다}에서 {법}을 뜻하는 sanctio [상ㅋ티오]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후에 법에 따라 주어진 {처벌}이라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죠.


후에 영어에서 sanction [생션]이란 단어로 이어지게 되었을 때, {법적으로 허용한 것}이란 뜻과 {법적으로 금지한 것}이란 뜻을 둘 다 가지게 되어 진정한 자기반의어가 되었답니다.


또 영어의 awful [오플] 같은 단어도 있답니다. 원래는 {경외}를 의미하는 awe [오]에 full [풀] {가득 차다}이 붙어 {경외에 가득 찬}, {대단한}이란 뜻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끔찍한}이라는 뜻이 되었답니다. 근데 반대로 awesome [어섬]은 원래 뜻을 잘 간직하고 있답니다. 여전히 {대단한}이라는 뜻으로 쓰이죠. 이 단어쌍과 유사한 단어쌍이 또 있는데, 아주 좋은 예시랍니다.


2. terrific [터리피ㅋ]

terrific은 terrible [테러블]과 동일한 어원을 가지고 있답니다. 원래 {두려운}이란 뜻이었고, 이후 {끔찍한}이란 뜻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terrific은 이후 뜻이 변해 {엄청난}, {훌륭한}으로 바뀌었답니다. {엄청날 정도로 끔찍한}, {훌륭할 정도로 끔찍한}을 거쳐 긍정적인 뜻으로 변한 것이죠.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가 긍정적인 뜻을 가지게 되는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랍니다! 영어로 {좋다}, {착하다}, {멋지다}의 뜻을 가진 nice [나이ㅅ]라는 단어는 원래 라틴어로 {알지 못하는}, {멍청한}이라는 뜻의 nescius [네ㅅ키우ㅅ]에서 유래했답니다. 바보가 순박하다는 관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고, {순박한} → {순수한} → {착한} → {좋은} → {멋진}과 비슷한 경로를 거쳐 의미가 변한 것이랍니다.


한국어에서도 "어여쁘다"라는 단어가 있죠. 『훈민정음언해』의 "내가 이를 위하여 '어여삐' 여겨"라는 구절에서도 등장하는 이 단어는 원래 {불쌍하다}, {가엾다}라는 뜻이었는데, 후에 의미가 변해 지금의 {예쁘다}라는 뜻이 되었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잘 대해주는 것을 "예뻐하다"라고 하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하지만 의미는 이렇게 항상 나빠지는 쪽으로, 좋아지는 쪽으로 바뀌기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의미를 타고 오르내리기도 하죠.


3. corn [콘]

흔히 corn을 [옥수수]라는 뜻으로 알고 계시죠. 그런데 사실 이 단어는 {곡물}이라는 뜻이었답니다. 아직도 영국에서는 이 뜻으로 쓰이고 있죠. 근데 모든 곡물에서 특정한 곡물을 의미하게 변해 버린 것이랍니다. 이렇게 가리키는 대상의 범위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의 축소라고 부르죠.


의미의 축소는 의미를 타고 내려간 것이라고 부를 수도 있죠. 두 단어가 있을 때 한 단어가 다른 단어를 포함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 앞의 단어를 상위어, 뒤의 단어를 하위어라고 부르니까요.


물론 의미가 나빠지는 쪽으로 변하는 경우도 의미의 축소일 수 있답니다. 당장 위의 "놈/년"도 {남자}/{여자}라는 뜻이었으나 {남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여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로, 의미 변화 이전의 뜻이 상위어와 하위어 관계에 있으니 의미의 축소라고 볼 수 있죠. 의미가 좋아지는 쪽으로 변하는 것도 똑같이 의미의 축소일 수 있답니다.


4. sir [서]

원래 sir, 그리고 madam은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한테나 쓸 수 있는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죠. 한국어의 "선생님"도 마찬가지랍니다. 원래는 학식이 높은 사람에게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대를 예의 차려 부르는 호칭으로 의미가 확대되었죠.


이렇게 의미를 타고 올라가면 각 단어가 가지는 어감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흔히 의미가 희석된다고들 부른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의미의 축소와 달리 의미의 확대는 좋은 예를 찾아보기가 힘들답니다.


대신, 비유를 통한 의미의 "확장"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죠. 이미 있는 단어를 가지고 다른 무언가를 비유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우니까요. 당장 여러 동물들, "곰", "늑대", "여우", "호랑이", "금붕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떠올려 보세요!


그외에도 "아래"와 "위"를 "남쪽"과 "북쪽"으로 쓰는 것도 의미의 확대보다는 의미의 확장으로 보는 것이 더 맞겠죠. 비유를 통해 뜻을 더한 것이니까요.


물론 "김칫국"처럼 바로 연결 고리를 떠올리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비유는 인공어에 독창성을 불어넣는 요소가 되기도 한답니다. 마침 비유가 나왔으니 더 많은 비유를 봐 볼까요?


5. left [레ㅍㅌ]

영어 left {왼쪽}과 right [라이트] {오른쪽}의 어원을 아시나요? 전자는 {약한, 서툰}이라는 뜻에서 유래했고, 후자는 {곧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답니다. 한국어도 크게 다르지 않죠. 괜히 "옳은"과 "오른"의 발음이 똑같은 것이 아니랍니다.


"오른"은 "옳다"에서 유래했고, "왼"은 "외다"에서 유래했답니다. "외다"는 {그르다}라는 뜻의 말이었지만, 지금은 쓰이지 않죠. 왜 이렇게 옛날 사람들이 왼쪽을 싫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유를 통해 어떻게 {오른쪽}, {왼쪽}같은 추상적이고 표현하기 어려운 개념을 쉽게 나타내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시겠죠.


시간의 흐름도 비슷하답니다. 시간의 흐름에 별도의 단어를 할당하는 현실의 언어는 찾아보기가 힘들죠. 이전以前, 이후以後처럼 앞/뒤에 비유하기도 하고, "지난해", "내년來年"처럼 오고來 가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답니다. 위나 아래에 비유하기도 하죠.


이런 식의 비유는 단순히 옛날에만 쓰인 게 아니랍니다. 왜 전원을 켜고 끈다고 표현을 하는 걸까요? 왜 차를 몬다고 표현할까요? 왜 영상을 되감는다고 할까요?


사물이나 개념을 가리키는 때문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단어들과 달리, 사람의 행동을 가리키는 단어들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답니다. 당연한 일이죠.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동작들은 인류 초창기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니까요. 오히려 "(글을) 쓰다" 같은 단어들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단어죠. 당장 영어의 write [라이트] {쓰다}도 {새기다}에서 유래했으니까요.


각설하고, 이런 이유 덕분에 사람의 동작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생기거나 사라지기보다는 기존의 뜻을 바탕으로 다른 뜻을 더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외에도 드물지만 "차"처럼 사물이나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가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원래 {수레}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자동차}라는 뜻으로 쓰이죠. 물론 비유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랍니다.


6. horn [혼]

악기 호른과 {뿔}이라는 단어 중에 뭐가 먼저 생겼을까요? 당연히 {뿔}이겠죠? 컴퓨터의 마우스와 {쥐}도 마찬가지랍니다. 이렇듯 형태에 비유해 사물들을 부를 수 있답니다. {죽음}을 {무덤}으로, {곰}을 {위대한 분}으로, {신}을 {주인}으로 돌려 부르는 것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물론 굳이 하나를 다른 것에 비유할 필요는 없답니다.


왜냐면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비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손이 부족하다"에서처럼 {손}을 가지고 {사람}을 비유할 수 있고, "밥 먹었니?"에서처럼 {쌀밥}을 가지고 {식사}를 비유할 수 있죠.


이런 비유는 만들기 힘들지만 한 번 만들면 그다음부터는 응용하기 쉽답니다! 그리고 언어에 특색도 더해주고요. 만약 모델로 삼은 언어의 단어를 그대로 갖고 오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그 언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이스터 에그로 숨겨둘 수도 있죠!


이렇게 이번 장에서는 의미의 변화 사례들을 알아봤답니다. 여러분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빌며, 다음 장에서 소리의 변화 사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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