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소리 변화 사례들을 봅시다.

1막 15장 ― 소리 변화의 사례

by CCCV 츠스쿠

1막 10장에서 우리는 변화하는 건 단어의 의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며, 단어의 소리가 변하는 방식을 잠깐 다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단어의 소리가 변화한 여러 사례를 보여드리며, 10장에서의 부족했던 부분을 더 자세히 파고들고자 합니다. 이번 장이 언어를 창작하는 데 있어 유용하시길 바라며, 바로 시작해 보죠!


1. 동화

옛날에는 天地 [천지]를 [텬디]로 읽었답니다. 天과 地의 옛날 발음이 [텬]과 [디]였다는 것은 과거 문헌의 기록과 현재 중국어와 일본어의 발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죠. 중국어로 天과 地는 tiān ㄊㄧㄢ [톈]과 dì ㄉㄧˋ [디]이고, 일본어로는 てん [텐]과 じ [지]인 것을 보면 옛날 발음을 유추해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왜 [텬]과 [디]가 [천]과 [지]로 변했을까요? "동화同化" 때문이랍니다. 동화는 같아진다는 뜻이죠. 한 소리가 주변 소리의 영향을 받아 주변 소리와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동화랍니다.


1―1. 구개음화

그리고 구개음화는 동화의 가장 흔하고 유명한 예시죠. 구개음화가 뭐냐고요? 텬디가 천지로 변하는 과정이랍니다. 정확히는 [ㅔ], [ㅣ] 같은 소리에 영향을 받아 [ㄱ], [ㅋ], [ㄷ], [ㅌ], [ㅎ] 같은 소리가 변하는 것을 말하죠.


현실의 예시로는 라틴어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이탈리아어가 되며 겪은 변화가 가장 적절할 것 같네요. 라틴어 gentilis [겐틸리스] {같은 부족의/같은 나라의}는 이탈리아어 gentile [젠틸레], 프랑스어 [쟝티], 스페인어 gentil [헨틸] {친절한}이 되었답니다. 이들 언어는 [ㄱ], [ㅋ]가 [ㅔ], [ㅣ] 앞에 놓였을 때 다양한 소리로 변했죠.


구개음화엔 다양한 변화과정과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것들이 어떻게 변할지를 잘 정해야겠죠.


원인이 되는 환경으로는 [ㅣ]과 반모음ㅣ([ㅑ], [ㅕ], [ㅛ], [ㅠ]의 공통된 소리, 12장 참조), [ㅟ], [ㅔ], [ㅚ], [ㅐ], [ㅏ] 등이 있답니다. 보통 [ㅣ], 반모음ㅣ, [ㅚ]가 가장 흔한 원인이고, [ㅔ]나 [ㅚ]의 영향을 받는 사례는 그것보다 적고, [ㅐ]나 [ㅏ]에 영향을 받는 사례는 더 적죠.


영향을 받는 소리에는 [ㄱ], [ㅋ], [ㄲ] 계열과 [ㄷ], [ㅌ], [ㄸ] 계열, 그리고 [ㅎ]이 있답니다. [ㄱ/ㅋ/ㄲ] 계열은 보통 [ㅈ/ㅊ/ㅉ]으로 변하지만, 변화를 더 겪어 [ㅈ/ㅅ/ㅆ] + 반모음ㅣ이나 아예 [ㅈ/ㅅ/ㅆ]으로 변하는 사례도 있답니다. [ㄷ/ㅌ/ㄸ] 계열도 똑같죠. [ㅎ]은 [ㅅ]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구개음화를 사용하면 [루ㅋ]라는 단어와 접사 [ㅔ]가 붙어 생긴 [루케]라는 단어를 [루ㅋ]와 [루체]로 둘 사이의 관계를 잘 감출 수 있겠죠?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언어를 직접 만들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너무 적나라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어느 정도는 섞어놔야 재밌죠.


물론 동화에는 구개음화만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다른 것도 보며 더 많은 도구를 찾아볼까요?


1—2. 순음퇴화

순음퇴화는 원래 일본어의 역사를 다룰 때 쓰는 용어지만, 동일한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이 용어를 써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음퇴화가 일어나는 조건은 따로 없습니다. 보통 해당하는 모든 소리를 바꿔놓죠. 다만 모음과 모음 사이에 놓여있을 때만 일어나도록 조건을 달아둘 수도 있답니다.


순음퇴화의 영향을 받는 소리에는 [ㅂ], [ㅍ], [ㅃ] 계열이 있습니다. 보통 이들 소리가 [ㅎ] 또는 반모음ㅗ/ㅜ([ㅘ], [ㅝ], [ㅙ], [ㅞ]의 공통된 소리, 12장 참조)으로 변하게 되죠.


일본어의 경우, は는 원래 [파] 소리였지만, 시간이 지나 단어의 맨 앞에서는 [하]가 되었고, 다른 위치에서는 [와]가 되었습니다(그래서 일본어의 보조사 は의 소리가 [와]인 것이죠). 반대로, 라틴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에서는 반모음 ㅗ/ㅜ가 ㅂ이 되는, 역순음퇴화가 일어나기도 했답니다.


1—3. 마찰음화

마찰음화는 원래 없는 용어이지만, 여러 변화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용어로 제가 만든 것입니다. 마찰음화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도 순음퇴화처럼 따로 없습니다만, 마찬가지로 모음 사이에 있을 때만 일어나도록 조건을 달 수 있죠.


마찰음화의 영향을 받는 소리에는 [ㅋ], [ㅌ], [ㅍ]가 있습니다. 마찰음화를 겪으면 이들은 [ㅎ], [ㅆ](th, 번데기 소리), [ㅍ/ㅎ](f의 소리)로 변하죠. 그리스어가 이 변화를 겪은 가장 유명한 예시랍니다. 당연히 순음퇴화처럼 마찰음화도 반대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ㄱ/ㄷ/ㅂ]가 [ㅋ/ㅌ/ㅍ]가 될 수도 있답니다.


1―4. 끝소리규칙

이것도 원래는 없는 용어이지만, 제가 만들어 본 용어랍니다. 한국어에선 특이하게 원래 종성에 올 수 있었던 8소리,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가 있었지만, 이후 종성의 ㄷ이 ㄹ이 되고 종성에서 ㅅ이 ㄷ 소리로 변하게 되었죠. 한자어 [붇]佛은 [불]이 되었고, 외국어 [붇따]는 〈붓다〉로 표기하게 되었죠.


다양한 언어에서 음절 끝에 올 수 있는 소리를 제한한답니다. 예를 들어 [ㄷ], [ㅌ]로 끝내는 것을 막는 언어가 있어서 [아마ㅌ]라는 단어와 [아마티]라는 단어가 있을 때, 전자는 [아마ㄹ]가 되고 후자는 그대로 남을 수 있게 될 수 있겠죠. 물론 어떤 소리로 끝낼 수 있을지, 어떤 소리로 바꿀지는 전적으로 창작자의 재량이랍니다.


1—5. 자음동화

자음동화는 다른 자음의 영향을 받아 한 자음이 바뀌는 것이랍니다. 자음동화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비음화이고 하나는 위치동화죠.


비음화의 조건은 [ㅇ](받침의 ㅇ), [ㄴ], [ㅁ]가 자음과 접해있을 것입니다. 비음화의 영향을 받는 자음은 각각 [ㄱ], [ㄷ], [ㅂ]으로, 해당하는 조건 자음으로 변하죠. 예컨대 한국어에서 〈밥물〉이 [밤물]로 소리 나는 것이 좋은 예시입니다. 물론, 조건과 영향을 받는 자음이 각각 일치하지 않아도 되게 해도 된답니다. [상다넌]이 [상나넌]으로 변한다고 해도 되긴 하죠. 현실에선 드물지만요.


위치동화는 다른 자음이 [ㅇ/ㄴ/ㅁ]를 자신과 비슷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ㄱ], [ㄷ], [ㅂ]이 [ㅇ/ㄴ/ㅁ]를 [ㅇ], [ㄴ], [ㅁ]으로 바꾸는 것이죠. 예시를 들면 [상다넌]이 [산다넌]으로 변하는 것이랍니다.


예시를 보시면 위치동화는 비음화와 서로 충돌하는 것이 보이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창작자 마음대로죠.


1—6. 모음동화

모음동화는 자음동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모음의 영향을 받아 한 모음이 바뀌는 것이랍니다.


모음동화의 조건은 모음의 근처에 [ㅣ]가 있을 것입니다. 자음 하나나 둘을 끼고 있어도 되죠. 바로 옆 음절에만 있으면 된답니다.


영향을 받는 모음은 [ㅏ], [ㅓ], [ㅗ], [ㅜ]로, 영향을 받으면 각각 [ㅐ], [ㅔ], [ㅚ], [ㅟ]가 됩니다. 한국어에서도 일어난 변화고, 전 세계적으로도 자주 일어나는 변화죠.


이외에도 모음 [ㅣ]와 [ㅏ], [ㅓ], [ㅗ], [ㅜ], [ㅐ], [ㅔ]가 바로 맞닿으면 [ㅑ], [ㅕ], [ㅛ], [ㅠ], [ㅒ], [ㅖ]로 합쳐지는 현상([이오]가 [요]로 변화하는 현상)을 모음동화라고 부를 수도 있죠. 이는 모음 [ㅣ]가 반모음ㅣ가 되는 현상이랍니다. 똑같이, [ㅜ]가 [ㅏ], [ㅓ], [ㅐ], [ㅔ], [ㅣ]와 바로 만나면 [ㅘ], [ㅝ], [ㅙ], [ㅞ], [ㅟ]로 변하는 현상도 있습니다. 모음 [ㅜ]가 반모음ㅗ/ㅜ가 되는 경우죠. 이 둘은 반모음화라고 해도 되겠네요.


또, 자음의 영향을 받아 모음이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ㄴ], [ㄷ], [ㅌ], [ㅅ]는 [ㅏ]를 [ㅐ]나 [ㅔ]로 끌어올려 주죠.


반대로 [ㄱ], [ㅋ], [ㅇ](받침의 ㅇ), [ㅎ]는 [ㅣ], [ㅡ], [ㅜ]를 [ㅔ], [ㅓ], [ㅗ]로, 아니면 아예 [ㅏ]까지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답니다.


별개로 [ㅁ], [ㅂ], [ㅍ]는 [ㅡ]나 [ㅣ]를 [ㅜ]와 [ㅟ]로 말아줍니다. 이것도 흔히 발견되는 변화죠.


1―7. 모음약화

모음약화는 10장에서도 다룬 변화랍니다. 모음 중 가장 만만한 모음인 [ㅓ]나 [ㅡ]로 다른 모음이 변하는 현상이죠. 변화를 겪는 모음은 보통 강세가 없는 모음인, 대개 맨 앞이나 맨 끝이 아닌 모음이랍니다. 10장에서 이미 다뤘으니, 여기서는 모음약화가 더 나아가면 아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지만, 그건 아래에서 다뤄보겠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2. 이화

동화가 있으면 이화도 있겠죠. 이화異化는 말 그대로 서로 달라지는 쪽으로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보통은 소리가 비슷한 여러 소리가 연달아 등장할 때 각 소리를 구별하기 위해 일어나는 변화죠.


그런데, 각 소리를 잘 구별할 수 있다는 건 발음하기 힘들어진다는 말과 똑같죠? 보통 소리의 변화는 발음이 편해지는 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화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일어난답니다.


보통은 [셀라]에서처럼 동일한 소리가 연달아 나오면 뒤따르는 소리를 비슷한 계열의 소리로 바꿔, [셀다]처럼 변화가 일어나게 되죠. 비슷한 계열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세종대왕께서는 현명하게 한글을 만드셨기 때문에, 비슷한 계열의 소리는 비슷하게 생겼답니다. 아니면 아래의 표를 참고하셔도 된답니다!

ㅂ계열(양순음들): ㅂ ㅃ ㅍ ㅁ

ㄷ계열(치경음들): ㄷ ㄸ ㅌ ㅈ ㅊ ㅉ ㅅ ㅆ ㄴ ㄹ

ㄱ계열(연구개음들): ㄱ ㄲ ㅋ ㅎ ㅇ(받침의 ㅇ)


3. 탈락

탈락은 소리가 아예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개 한 소리가 동화하면서 점점 약해지다 완전히 사라져 버리게 되죠. 역시 자주 일어나는 탈락 현상을 다뤄보겠습니다.


3―1. 후음탈락

[ㅎ]은 가장 약한 자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많은 언어에서 [ㅎ]이 사라졌죠. [ㅎ]이 사라지는 조건은 따로 없지만,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자주 사라집니다. 한국어에서도 모음 사이 [ㅎ]은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죠. 예컨대 [지향]을 [지양]으로 소리 내는 예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다가 아예 언어 전체에서 [ㅎ]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죠. 프랑스어가 좋은 예시겠죠. 물론, 다른 소리가 점차 약해지며 새로운 [ㅎ]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3―2. 접근음탈락

한국어를 사용하다 보면 반모음ㅣ나 반모음ㅗ/ㅜ를 빼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걔〉를 [개]로 소리 내거나, 〈써봐〉을 [써바]로 발음하신 적, 있으시지 않나요? 이렇게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 반모음ㅣ나 반모음ㅗ/ㅜ가 사라지는 경우를 접근음탈락이라고 합시다.


사실, 한국어에서 거의 사라진 반모음이 있는데, 바로 반모음ㅡ죠. 이건 [ㅢ]의 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ㅣ]로 합쳐지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답니다. 표준어 기준, [ㅢ]가 확실하게 제대로 소리나는 환경은 단어 맨 앞에서밖에 없답니다. 아닌 경우 [ㅣ]로 소리를 내도 되거나, [ㅣ]로 소리를 내야만 하죠. 이러다가는 [ㅢ]라는 소리가 아예 사라져 버릴 수 있겠죠? 이렇게 언어가 변화하는 거랍니다.


3―3. 모음탈락

모음이 탈락하는 사례는 많지만, 여기서는 두 사례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동일 모음 탈락입니다.


예를 들어, {모래}가 [사아]라는 단어라면, 얼마 안 가 그 언어에서 {모래}는 [사]가 돼버리겠지요. 동일한 모음이 이어지는 것은 상당히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뒤따르는 모음이 이화를 겪을 수도 있겠죠.


다른 하나는 모음퇴화입니다. 위에서 모음이 약화되어 [ㅓ]가 돼버리는 사례가 있다고 했죠? 예를 들어 {모래}가 [수가ㄹㄴ]라면, 시간이 지나 [수거ㄹㄴ]가 되었다가, [수그ㄹㄴ]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맞춤법에 따라 적으면 [수그른]이 되겠죠.


3―4. 어절경계탈락

어절의 경계, 즉 단어의 맨 앞과 맨 끝은 가끔씩 사라질 때가 있답니다. 마치 연필을 쓰다 보면 닳는 것처럼, 단어도 말하다 보면 닳을 때가 있죠. 무조건은 아니지만요.


조건은 딱히 없지만, 강세가 없거나, 모음이나 자음이 너무 연달아 온다거나, 소리가 약하다거나([ㅎ], [ㅅ], [ㅡ] 등), 소리 내기 힘들다거나([ㅓ] 다음에 바로 [ㅏ]가 온다는 식으로) 하면 더 쉽게 떨어진답니다.


예시를 만들면 [만피아]가 [만피어]가 되고 결국 [만피]가 되는 예시나, [ㅍ시ㄱ네ㅅ]가 [시ㄱ네]로 변하는 예시가 있겠네요.


3―5. 배열규칙만족

한국어가 무조건 (자음) + (접근음) + 모음 + (자음)의 구조를 따라야 하는 것처럼, 다른 언어도 제각기 다른 자음과 모음 배열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이 한계가 변화하기도 하죠. 구조의 한계는 변했는데, 단어의 소리는 아직 그 한계를 넘어설 때, 이를 맞추기 위해 소리가 탈락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탈락한 소리는 나중에 다시 등장하기도 하죠.


한국어의 〈닭〉을 봅시다. 〈닭〉의 소리는 본래 [닭]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한 음절에서 자음이 연달아 등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생기며 소리가 [닥]으로 변했죠. 그러나 뒤에 바로 모음이 오는 환경, 예컨대 〈닭을〉에선 소리가 [달글]이 되어 사라졌던 [ㄱ]이 되살아나게 됩니다.


창작 언어로 예시를 들면, {모래}는 [이십ㅅ], {바다}는 [우문]이어서 {사막}은 [이십수문]이었는데, 이 언어의 규칙이 바뀌어 음절의 끝에 자음이 연달아 오는 것을 금지된다면 각각 [이십], [우문], [이십수문]이 되는 것이죠.


4. 첨가

의외로, 언어 자체의 규약이든, 소리를 낼 때에 구별거리를 추가하기 위해서든, 소리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물론 탈락보단 드물지만요. 어쨌든 이렇게 소리가 더해진 경우를 첨가라고 하고, 자주 보이는 첨가를 아래에서 다뤄보겠습니다.


4―1. 사잇소리첨가

언어에 따라 모음끼리 만나거나 자음끼리 만나는 것을 꺼리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어의 경우 모음끼리 만나는 것을 꺼려, 접사에서 "-이/가", "을/를", "-은/는"의 두 가지 형태가 나타나 상황에 따라 모음끼리 충돌하는 것을 막습니다. 다른 언어에서도 흔히 보이는 현상이죠.


이럴 때 추가되는 자음은 대개 [ㅎ]이나, [ㄹ]이나, [ㄴ]이나, 반모음입니다. 각 언어에서 가장 약하다고 여겨지는 자음들이죠. 마찬가지로 자음의 충돌을 막기 위해 모음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대개 [ㅡ]나 [ㅓ]가 추가됩니다. 당연히 해당 언어에서 가장 약하다고 생각하는 모음이죠. 물론, 아무 자음이나 모음을 추가해도 되긴 하지만, 보통은 저런 소리가 추가된답니다.


4―2. 배열규칙만족

배열규칙을 만족하기 위해 오히려 소리가 추가될 때도 있습니다. 스페인어를 예로 들어봅시다.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spiritus [스피리투스]가 시간이 지나 스페인어로 이어졌지만, 스페인어에서는 음절의 앞에 [ㅅ]과 [ㅍ]이 연달아 오면 안된다는 규칙이 생겨나 버렸죠. 그래서 스페인어는 이 단어를 espíritu [에스피리투]로 바꿨지요. 이렇듯 스페인어는 규칙을 만족하기 위해 단어의 앞에 에e를 일괄적으로 추가했답니다.


한국어는 외래어를 들여올 때 자음이 너무 많으면 [ㅡ]를 자음 뒤에 넣는답니다. [스프링]처럼요. 일본어도 비슷하죠. 물론, 어떤 소리를 추가할지는 창작자의 재량이지만, 역시 소리내기 편하고 여러 소리와 잘 어울리는 소리를 추가하는 편이 자연스럽겠죠?


5. 도치

도치는 굉장히 드물면서도 흥미로운 현상이랍니다. 보통 도치는 발음의 편의를 위해 자주 쓰이는 몇몇 단어에만 나타난답니다. 예를 들어, "배꼽"은 원래 "바ᆡ갓복"이었답니다. 물론 이 경우엔 이화를 위한 도치였지만, 이렇듯 도치는 한 언어의 모든 소리를 바꾸기보다는 자주 쓰이는 몇몇 단어에만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세상은 넓고 언어는 다양한 법, 도치가 한 언어의 규칙으로 자리 잡은 경우도 많답니다. [ㄿ]를 죄다 [ㅍㄹ]로 바꾸거나, [ㅌㅋ]의 발음이 힘들어 [ㅌㅅㅋ]로 중간에 첨가를 했다가 [ㅋㅌㅅ]로 위치가 바뀌거나, parabola [파라볼라]가 palabra [팔라ㅂ라]가 된 것 같은 사례가 있죠.


6. 과도교정

시간이 지나며 소리가 하나둘씩 바뀌고 사라지면, 이런 변화가 잘못된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보통은 보수적인 부유층, 귀족층의 언어와 진보적인 하층민의 언어 사이의 괴리를 인지하고 더 "올바른" 형태인 보수적인, 덜 변화한 형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생기는 절차를 밟죠. 또는 고전이나 경전의 언어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거나요.


그런데 이렇게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너무 나가 원래 맞는 단어까지 바꿔버리는 것이 과도교정입니다. 과도교정은 모든 음운 변화에서 나타나지만, 대개는 동화나 탈락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일어나죠.


예컨대 문경새재에 있는 조령 산불됴심 표석이 대표적입니다. "조심"의 "조"는 원래부터 조입니다. 그러나 구개음화가 너무 광범위하게 일어나 버려 무엇이 원래 소리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교정을 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생기자, 바꾸지 않아도 될 "조"도 "됴"로 바꾸게 된 것이죠.


또 김치는 원래 "딤차ᆡ"였답니다. 이것이 "짐차ᆡ"가 되었고, 이후 남부 지방부터 ㄱ까지 구개음화하는 현상이 일어나며 이를 교정하려는 서울 지방의 움직임 때문에 올바르게 되돌렸다면 "딤차ᆡ"가 되어야 했을 "짐차ᆡ"는 "김차ᆡ"가 돼버린 것이죠.


탈락도 똑같이 교정되어 첨가가 되는데요, 예컨대 어절의 맨 앞 ㅎ이 사라지는 현상이 어떤 언어에서 일어났다고 해봅시다. "헤리토"가 "에리토"가 되는 식으로요. 이후 과도교정 움직임이 생겼고, "에리토"는 다시 "헤리토"가 됐지만, 원래 "에투스"였던 단어도 "헤투스"가 되어버리는 식이지요.


그리고 이 현상 때문에 위의 모든 변화는 반대 방향, 즉 더 소리내기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여도 괜찮답니다! 물론 쉬워지는 방향이 더 많이 보이지만, 창작 언어를 어떻게 만들고 변형했는지 그 과정을 모두가 알 필요는 없으니, 언어의 변화는 역방향으로도 마음껏 적용하셔도 된답니다!


이렇게 이번 장에서는 의미의 변화 사례들을 알아봤답니다. 여러분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었기를 빕니다. 다음 장에서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피한, 문자에 대해 다뤄볼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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