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1. 여름이 오고 있다. 땀이 많은 나로서는 여름의 냄새가 달갑지는 않다. 그런데도 여름이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단어 자체가 예쁘다고 느껴서다. 따사로운 햇살에 절로 눈은 찌푸려진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 빳빳하게 마른 여름 이불처럼 주위의 공기는 까슬까슬하다. 바람을 타고 몸에 닿는 까끌까끌한 해님의 인사로 기분은 새치름해진다. 사무실로 가는 중이다. 무언가 반짝거린다. 내 눈을 사로잡는다. 발걸음을 멈춘다. 움직이는 것도 같은데, 거리감이 느껴지는 길가 모퉁이에 심어진 나무 근처다. 발걸음 돌려 그곳으로 향한다. 조금씩 형체가 드러난다. 길게 늘어진 가늘고 작은 검은색의 비즈 목걸이인듯하다. 정확하지는 않다. 오늘 꿈자리가 좋다. 뜻밖의 횡재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행운의 여신인 티케가 함께해서다. 그래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요즘은 행복해다. 비즈 목걸이는 아닌 듯싶다. 움직여서다. 비즈 목걸이가 스스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다. 개미다. 햇빛에 반사된 떼를 지어 움직이는 개미 무리다. 마음의 평온은 주위 모든 상황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내가 지금 딱 그렇다. 평소라면 분명히 시큰둥하게 지나쳤을, 개미 무리의 움직임이 예쁘게 느껴진다. 개미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누가 지금 나를 본다면, 실성한 사람처럼 보일 거다. 그래도 상관없다. 난 지금 행복하니까.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출근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 잠시 멈춰서 그들을 관찰한다.
개미야 안녕?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니?
좀 도와줄까?
요즘 그런 역할을 하거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2. 멍하니 개미 무리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면, 인터넷으로 블루홀을 검색해 시청한다. 블루홀은 알 수 없는 과정으로 바다의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생성된 수심이 깊은 구덩이다. 하늘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깊은 수심과 빛의 앙상블로 짙은 푸른색을 띤다. 그 색은 참 영롱[201]하고 오묘[202]하다. 다만, 신의 장난으로 빗어진 이 작품의 관람료는 상당히 비싸다. 위험천만하다. 수많은 다이버의 목숨을 앗아가서다. 과거라면 이 아름다움을 평생 알지 못했을 거다. 겁쟁이라서다. 현재는 다르다. 목숨을 담보로 위험의 짜릿함을 그들의 아카이브에 담으려는 용기 있는 도전을 스스로 촬영한다. 그래서 미지의 영역인 블루홀의 아름다움을 집에서 소정의 인터넷 비용과 전기세만 내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얼마나 좋으냐, 다른 이의 대가를 이처럼 쉽게 공유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힘들게 이룬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욕먹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당연하지 않은 삶을 당연한 삶이라 주장해도 누구도 반문하지 않는 세상에 사니까 말이다. 겁쟁이가 참 살기 편한 세상이다. 그래서 오늘이 너무나 좋구나. 겁쟁이라서 너무나 행복하구나. 앞으로도 용기 있는 자가 될 마음은 없다. 카테피아를 만드는 과정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그럴지도. 하지만, 카테피아를 만들기에 스스로 용기 있는 자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카테피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임 대표, 나 그리고 승기가 하는 일은 거의 없어서다. 우리는 그저 작은 불씨만 만들었을 뿐이다. 카쿠르터의 헌신적인 행동으로 초라한 작은 불씨는 대한민국을 삼킬 만큼 거대한 화마[203]가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나 용기 있는 자가 많아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개미 무리의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며 감사한 삶을 누리는 중이다.
어랏?
개미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3. 개미는 무리를 지어 행진한다. 어디를 가는지는 모른다. 관심도 없다. 블루홀을 감상할 때처럼, 의식은 잠시 안드로메다에서 호화로운 바캉스 중이다. 노는 게 지쳤을까? 의식은 지구로 돌아와서 하던 업무를 마저 한다. 호기심을 유발해 나를 자극하는 게 의식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의식은 지금 재촉한다. 관찰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라고. 한번 호기심이 발동해 관찰을 시작하면 반드시 자기만의 해법을 얻어야 한다. 해법을 끌어내지 못하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이에 시달려야 한다. 집중력은 스멀스멀 다가온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살포시 건넨다. 집중력이 없으면 호기심을 유발한 의식을 유지할 힘이 없어서다.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이끌려 개미의 행진을 집중해 관찰한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된다. 이들은 이렇게나 넓디넓은 땅바닥에서 오직 한 길만 다닌다. 어림잡아 수백 마리의 개미가 일사불란하게 약속한 것처럼 하나의 길만 이용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단 한 마리의 개미도 낙오하지 않는다. 물론, 대열을 이탈한 듯 보이는 개미 무리가 보이기는 한다. 가까이 다가간다. 이들은 떨어진 먹이를 운반하려고 모인 듯하다. 이들은 십시일반[204] 먹이를 나르며 대열에 합류한다. 이제는 정말로 궁금하다. 핸드폰의 비번을 풀어 재빠르게 검색한다.
페르마의 법칙:
빛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
가장 짧은 시간의 경로를 따라 진행한다.[205]
4. 검색한 기사에 따르면, 개미는 목적지에 이동할 때 여러 길 중에서도 거리가 가장 짧은 길을 선택한다고 한다. 페르마의 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개미 무리를 다시 바라본다. 이들 중 누구도 그들이 정한 길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구도 정해진 이 길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두가 안전하다. 그렇기에 모두가 빠르게 목적지에 다다른다. 왠지 개미의 움직임은 카테피아를 건설하는 우리의 모습처럼 느낀다. 임 대표, 승기 그리고 나를 필두[206]로 100명의 카쿠르터는 열정적으로 일을 수행한다. 블루 고스트의 전략을 임 대표가 승기와 내게 전달한다. 그리고 우리는 카쿠르터에게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전달한다. 페르마의 법칙에 따라서 우리 중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전달받은 사항을 최선의 길이라 믿는다. 정말로 그렇다. 카쿠르터의 헌신적인 행동으로 몰려드는 투자자들의 수만 보아도 충분히 느껴진다. 블루 고스트의 전략으로 대한민국은 꿈틀거린다. 특히, 외부적인 제약으로 꿈을 포기한 서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세력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세력은 커져야 힘이 된다. 힘이 되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해진다. 그래야 부자가 관심을 보인다. 그래야 부자의 지갑이 열린다. 그래야 프로젝트의 방점을 찍는다. 그래야 카쿠르터를 비롯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서민에게 일정의 수익이 돌아간다. 그것이 카테피아다. 우리만의 성전인 카테피아를 건설하면, 더는 기득권층에 끌려다니지 않아도 된다. 더는 기득권층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는 수많은 마음은 하나의 방향으로 향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페르마의 법칙을 우리는 따른다.
to be continued....
[201] 영롱(玲瓏): 광채가 찬란하다.
[202] 오묘(奧妙): 심오하고 미묘하다.
[203] 화마 (火魔): 화재를 마귀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204] 십시일반 (十匙一飯): 열 사람이 밥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여럿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쉬움을 이르는 말.
[205] 장경아, 『개미의 움직임, 페르마의 법칙을 따른다!』,
동아사이언스, 2013.05.07.,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63#:~:text=연구팀은%20개미가%20무조건,움직인%20것이라고설명했다.&text=고려해%20직선이%20아닌%20꺾은,를%20따라%20진행한다는%20것이다.
[206] 필두 (筆頭): 어떤 단체나 동아리의 주장이 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