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4: # 개미지옥, 2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14:

# 개미지옥, 2화






“효상아! 승기야! 투자금이 드디어 500억을 넘었어!

블루 고스트가 말한 레벨 1 달성이야!”



5.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라며, 흥분한 임 대표는 손가락으로 통장에 찍힌 숫자를 가리킨다.



현재잔액 *50,000,530,000



이게 0이 도대체 몇 개인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500억이라.... 실감은 나지 않는다. 단 3개월 만에 이룬 금액이다. 거래 내용을 살피니, 어림잡아 수만 명의 이름이 보인다. 각자의 주머니 사정으로 고려해 이체한 금액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소액이다. 우리를 통해 인생 2막을 꿈꾸는 자가 이리도 많은가? 상상하기 어렵다. 블루 고스트의 전략에 따라서 최대한 언론을 피해 게릴라 방식으로 조용하게 투자자를 모았다. 100명의 카쿠르터를 모집 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종료했다. 사업 설명회 이후, 제법 떠들썩하게 투자자를 모집하리라 예상했기에 내심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블루 고스트는 단호했다. 레벨 1을 달성 전까지는 누구도 특히 기득권층이 알아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처럼 조용하게 움직이면 어떻게 투자자를 모을 수 있을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이 성과를 사업 설명회에서 정호 님의 멋진 연설로만 이루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일등공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카쿠르터다. 카테피아를 건설하려는 카쿠르터의 헌신은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이루어낸다.






6. 원래 사람들이 그렇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그들의 초기 활동은 미적지근했다. 모인 목적이 순수하지 않아서다. 불투명한 미래의 청사진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장 눈에 띄는 현실적인 결과를 원해서다. 인생 2막을 열, 그 기회를 살 수 있는 번쩍이는 황금을 원한다. 3개월 동안 놀면서 활동비만 챙긴 그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무엇을 더 원한다. 사업 설명회의 멋진 연설과 이어진 호화로운 음식을 대접받았다. 그게 트리거 역할을 했을까? 사업 설명회 이후로 카쿠르터의 문의 전화로 북새통을 이룬다. 100%에 수렴하는 정보가 무엇이며 카쿠르터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카쿠르터는 지치지 않는다. 매일 전화한다. 그리고 매일 같은 질문을 한다. 당시에 임 대표를 통해 블루 고스트에 이러한 상황을 여러 번 보고했다. 그리고 나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100%에 수렴하는 확실한 정보는 무엇일까? 그런 정보는 있기나 할까? 사업 설명회 때, 참여한 많은 사람은 정호 님이 말씀한 이야기를 격하게 공감했다. 연설을 마친 후 분위기만 보아도 충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치인은 확실한 정보를 통해 부를 쌓고 있다는 의견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그래,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설은 많은 이의 마음을 뜨겁게 한다. 틀림없다. 그 틀림없는 뜨거운 연설로 카쿠르터는 카테피아의 건설을 삶의 소명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어쩌면 정호 님이 바라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7. 카쿠르터가 카테피아의 건설을 인생의 우선순위로 생각해 열 일 제치고 온 힘을 다한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 회사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말하든, 100% 믿고 따르는 충성심이 가득한 직원을 회사는 원한다. 그런데 말이다. 카테피아가 이들 삶의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임 대표와 승기에게 전한 의도와 다르다.



“그들이 가지지 못한 자원을 활용해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 즉, 삶을 다시 설계하는 용기를 선물하는 거야. 우리의 결과물이 그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어서는 안 돼. 마치 본업의 발달을 포기하고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게 해서는 안 돼. 그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 행동이라고 믿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들의 무지를 이용하는 거라고. 사기에 지나지 않아. 난 그렇게 생각해.”






8. 많은 이가 재테크를 통해 부를 쌓으려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 주[207]와 부[208]가 뒤바뀐 셈이다. 부동산 시장을 기웃대며 떨어지는 콩고물을 먹으려는 생각으로는 내 집을 장만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떨어지는 콩고물을 다른 이가 모르는 부동산 정보라고 가정하자. 떨어지는 콩고물을 먹으려고 무엇을 포기했는지 생각했으면 한다. 물리적으로 사람은 분신술을 써 한 번에 여러 지역에서 활동할 수 없어서다. 결국, 그들은 주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 떨어지는 콩고물로 그들의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는 그들의 뇌를 온통 감정의 편도체로 가득 찬 무질서한 세상으로 변질시킨다. 물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를 고용해 원하는 지역으로 보내면 된다. 다만, 떨어지는 콩고물을 먹으려는 자가 타인을 고용해 무엇을 한다는 게 상상하기는 어렵다. 돈이 아까우니까. 불안하니까. 위험하니까. 그런데도, 타인을 고용해 원하는 바를 이룬다면, 일단 그들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를 삶의 부에 속한 일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그게 무엇이든 삶의 부에 속한 일은 적은 노력으로 적은 대가를 바라야 한다.



적은 노력으로 인생의 변화를 꿈꾼다면,

그저 도적질에 불과하다.


어찌 보면, 재테크로 인생의 변화를 꿈꾸는 자는

양심에 털이 났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양심에 털이 났기에

적은 노력으로 큰 대가를 원한다.


그렇기에 양심에 털이 난 자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





9. 재테크는 인생의 주가 아닌 부에 속한 일종의 취미다. 취미는 우리 삶을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취미로 인해 희로애락을 느껴서는 안 된다. 취미가 이러한 감정을 겪게 한다면, 이미 취미가 아니라 인생의 주이다. 결론적으로 내 집을 순리대로 장만하려면, 적은 노력으로 발품을 판 부동산 정보로는 어림없다. 우선, 종잣돈이 필요하다. 주의 삶을 통해 겪은 희로애락이 이들에게 단단한 힘이 되었을 때, 종잣돈을 지닌다. 물론, 100% 종잣돈으로 집을 장만한다면 얼마나 좋으냐? 그러기는 어렵다. 종잣돈, 대출금, 그리고 정보가 맞물려야 비로소 내 집을 장만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출금 역시, 주의 삶을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서 가능 여부가 정해진다. 집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종잣돈 없이는 집을 장만할 수는 없다. 결국, 주의 삶을 성실하게 임하지 않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테크로는 인생을 변화하기 어렵다. 백번 양보해서, 발품을 판 정보를 바탕으로 100% 타인의 힘으로 집을 장만했다고 가정하자. 그 집에 사는 자신이 행복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100% 확실한 정보는 없다. 그리고 적은 노력으로 얻은 정보가 나만 알고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러한 불확실한 기회에 인생을 담보로 큰 대가를 원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일지도 의문이다. 도대체 도박과 다른 게 무엇인가? 잠이나 제대로 이룰 수 있을까? 정보와 다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지도 몰라서다.



그렇기에 재테크는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10. 카테피아 또한 재테크의 일종이다. 인생 2막을 시작할 종잣돈을 마련할 기회만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에 삶의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카테피아가 카쿠르터의 삶에서 부가 아닌 주가 된다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모른다. 위험한 욕심이 생겨서다. 예를 들어보자. 매력적인 이성이 다가온다. 간밤에 좋은 꿈을 만났다. 꿈 덕분에 용기가 생긴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이성이 가까워질수록 몸은 경직된다. 다가오는 이성의 거리와 보폭을 계산한다. 조금 더 가까이서 이성을 보고 싶어서다. 드디어 만난다. 셋, 둘, 하나,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짜릿한 향이 코를 찌른다. 코코넛의 풍미한 향을 머금은 상큼한 무화과나무 향이다. 그리고 둘만의 시공간은 잠시 순리를 거스른다. 눈을 감고 꿈을 꾼다. 이 사람이 나를 알기를 원한다. 이 사람이 나를 봐주기를 원한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기를 원한다. 눈을 뜨고 용기를 내어 이성을 바라본다. 이미 이성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게 영원한 시간은 이성에게는 찰나이다. 위험한 욕심도 이와 마찬가지다. 가질 수 없는 위험한 상상이다. 찰나의 시간을 영원하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위험한 욕심이 모이면 망상[209]의 길로 이끌어 모두를 파국[210]에 이르게 한다. 카테피아가 위험한 욕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카테피아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의 소중한 기회를 망쳐서는 안 된다.



물론, 종잣돈으로도

물론, 적은 노력으로도

큰 보상을 얻는 방법은 있다.


다른 사람을 속이면 된다.

미안하지만, 그 방법 말고는 없다.


혹시 모르지 않나?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고

적은 노력으로 큰 보상을?


그건 행운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운을 타고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행운에 의탁[211]해 한 번뿐인 삶을 설계해 나간다는


눈물이 난다. 초라해서다.


적은 노력으로 큰 보상을 기대하고

그런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누군가가 당신을 속이거나

당신이 누군가를 속이거나



to be continued....




[207] 주 (主): 주요하거나 기본이 되는 것.

[208] 부(副): ‘부차적인’의 뜻.

[209] 망상 (妄想): 이치에 어그러진 생각.

[210] 파국 (破局): 어떤 일이나 사태가 그르치거나 잘못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

[211] 의탁(依託): 어떤 것에 몸이나 마음을 의지하여 맡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