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11. 레벨 1 달성 후, 블루 고스트의 지시는 단순하다. 일단, 카쿠르터를 포함한 투자자에게 특정 지역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라는 거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려면 약 3개월이 필요하다고 불루 고스트는 말한다. 나와 승기 그리고 임 대표 역시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지 궁금하다. 현재 그곳은 외적으로는 어떠한 호재[212]도 없다.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한 기사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카쿠르터의 업무는 투자자에게 문자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관련한 내용을 매일 전달한다.
관련한 업무 문자는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즐거운 아침입니다. 카테난조입니다. 투자자 여러분을 위해 부동산 상식을 매일 조금씩 공유하려고 합니다.
우리 동네 부동산 가격은 거품일까요? 아닐까요?
첫째, 국내총생산(GDP)과 총토지가치의 비율을 주목하라!
둘째, 주택가격상승률과 주택보급률 그리고 1000명당 주택 수를 주목하라!
셋째, 주택가격상승률과 금리를 주목하라!
넷째, 지역별 주택구입부담지수(주택구입능력지수)를 주목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왜 국내총생산(GDP)과 총토지가치의 비율을 주목해야 할까요?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카테피아가 실패하면 내가 잃게 될 것은 삶 그 자체이며,
카테피아가 성공하면 얻게 될 것은 모든 것이다!!”
12. 이처럼 준비해 조금씩 내용을 공유한다. 이는 승기의 업무다. 얼마 전 전세 사기로 인해 부동산 공부에 몰두해서다. 하지만, 영상이 아닌 텍스트를 조금씩 잘라서 보낸다는, 승기의 발상은 구식이다. 이 문자를 제대로 읽을 투자자나 카쿠르터가 없을 거로 확신한다. 그런데도 승기는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아니면, 임 대표와 블루 고스트에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승기를 보면, 쓸데없는 일에 진심일 때가 있다. 이럴 때 보면 전혀 비판적이지 않다. 감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문자 내용은 승기답다. 복잡하다. 무엇을 말하는지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모국어를 암호로 활용한다. 뭐 그런 것 있지 않나. 모국어로 쓰여 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을 때. 마치 글쓴이의 지적 욕구를 채우려 탄생한 그만의 세계를 문자로 디자인한 글. 사실, 승기가 아니어도 된다. 카쿠르터를 모집했던 방식으로 적당한 전문가에게 이 일을 맡겨도 된다. 적당한 전문가는 승기보다 빠르고 무한대로 정보를 생산한다. 이래서 적당한 전문가가 좋은 거다. 힘들이지 않고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적당한 정보를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글쓴이의 혼이 깃든 오래된 방식을 탐닉하는 장문의 문자를 읽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 낭비다. 그런데도 승기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임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없다는 건 승기의 재능을 쓸데없이 낭비하라는 무언[213]의 지시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임 대표는 승기의 글을 마음에 들어 할지도. 아니다, 읽을 리가 없다. 내가 아는 우현이라면. 여하튼 오늘도 승기는 심혈[214]을 기울여 원고를 작성해 카쿠르터에게 전달한다.
“임 대표, 블루 고스트가 말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13.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의 도입부가 떠오를 만큼 쩌렁쩌렁한 굉음은 사무실을 가득 채운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토록 흥분한 승기라니. 참 낯설다. 하긴 이 상황은 나 또한 낯설다. 모든 게 블루 고스트가 말한 대로다. 투자금은 통장에서 빠진 흔적은 없다. 블루 고스트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사업 설명회에서 말한 ‘100%에 수렴한 확실한 정보’의 힘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블루 고스트가 지정한 이 지역은 한 달 후에 방위산업 경제특구지역으로 지정된다. 대한민국이 K-방위사업을 전사적으로[215] 매달리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세계화라는 큰 줄기는 몇십 년 동안 세계의 평화를 선물한다. 크고 작은 분쟁은 항상 있지만, 누구도 평화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앞으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 많은 국가는 국방력 예산을 줄이고 경제발전에 온 힘을 다한다. 하지만, 2022년, 근접 국가의 나토 가입을 우려한 러시아는 자국 안보를 유지한다는 명목하에 근접 국가를 침공해 지금까지 전쟁 중이다. 두 국가의 피 튀기는 설전은 황폐해진 영토, 그리고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은 이에 대한 결괏값이다.
전쟁이 양산[216]하는 전리품 중
값진 게 있을까 싶다.
그리고 설사 값진 게 있다면,
그게 누구를 위한 전리품인지 묻고 싶다.
14.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의 위협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래서 러시아를 포함한 강대국의 으름장[217]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국가는 국방력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다만, 경제발전에만 몰두한 그들이기에 자력으로 무기를 생산할 능력은 현저히[218] 떨어진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세계화의 종말이라 말하며 새로운 냉전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평론가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유일한 분단국가여서다. 오늘날까지 냉전 시대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국가여서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은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방위산업을 꾸준하게 성장하게 한다. 전쟁이라는 잠재적 위협에 항상 노출돼서다. 물론, 북한의 침공을 두려워하여 잠 못 이루는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없다. 두려움도 직면해 반복하면 익숙해진다. 그렇기에 강대국을 제외하고 무기 개발과 생산에 대한민국만큼 진심인 나라도 없다. 대한민국은 동일 무기를 생산하는 국가 중,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현재로서 서방 국가에 우수한 무기를 신속하게 생산해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암울한 경제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을 찾은 듯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는 방위산업의 R&D 투자 확대, 핵심기술 개발, 아시아 방위산업의 허브, 관련한 고급인력 양성을 슬로건으로 K-방위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해 경제특구지역을 결정한다. 그리고 블루 고스트는 정확하게 그 지역을 찾아낸다.
인종과 문화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세계화 시대에서
과거 냉전 시대로 돌아가려는 형세가
무섭고 두렵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으로
다른 이는 기회를 얻는다.
미안하다.
나부터 살아야겠다.
15. 블루 고스트가 말한 대로 딱 3개월 걸렸다. 대한민국의 큰손이라면 경제특구지역 투자에 참여하지 않은 자가 없을 정도다. 큰 손의 참여로 확실한 냄새를 맡은 언론은 앞다투어 경제특구지역을 보도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특구지역을 홍보한다. 약 3개월 동안 관련한 기사만 수천이다. 매일 수십 개의 기사가 쏟아진다. 전국은 들썩인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투자에 관심 있는 자라면 경제특구지역 이야기로 하루를 보낸다. 경제특구지역 관련 투자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핫한 트렌드다. 투자를 안 하면 바보라 부를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큰 손을 따라 대한민국의 개미 또한 은행의 힘을 빌려 이곳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가계 대출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금리가 워낙 낮아서다. 정부는 경제특구지역의 성장을 위한 특별한 저금리 상품을 내놓았다. 일정 부분 이자를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예를 들면, 일반적인 금리가 연 5%라면, 경제특구지역에 투자하기 위한 대출을 받을 경우, 정부가 무려 금리 4%의 상당의 금액을 지원한다. 더군다나 이 상품은 만기 시 일시 상환이다. 매달 원금을 균등해 갚을 필요도 없다. 적은 이자만 감당하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한마디로 미친 기회가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주어진다. 정부가 보장하는 상품 출연으로 은행은 망설임 없이 투자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이 상품을 무한정 찍어낸다. 경제특구지역을 위한 새로운 교통환경도 구축[219]할 예정이다. 인천항과 인천항공으로 바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건설과 철도망을 늘려 서울까지 이어지는 철도공사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과 철도공사로 교통량 감소, 물류비 절감, 지역개발 그리고 관광 활성화를 예상할 수 있다. 각종 대형 편의 시설이 입점 예정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로 정부에서는 최소 20만 명의 세대가 이주하리라 예상한다. 건설 경기도 살아난다. 매일매일 아파트 분양 광고다. 코스피 지수도 급속도로 올라간다. 외국인 투자자도 대거 몰린다. 관련한 지역에 거주민은 로또를 맞는다. 수 배의 부동산 수익을 올려서다. 대한민국의 모든 관심과 돈은 이곳에 몰린다.
조금은 걱정스럽다.
투자자가 너무나 몰려서다.
돈이 넘쳐나서다.
들어갈 틈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투자금은 여전히 그대로다.
블루 고스트가 선제 조치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to be continued....
[212] 호재 (好材): 시세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는 조건.
[213] 무언 (無言): 말이 없음.
[214] 심혈 (心血): 최대의 힘.
[215]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측면에서의 노력과 전략을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것 [출처: ChatGPT]
[216] 양산 (量產): ‘대량 생산’의 준말.
[217] 으름장: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위협하는 짓.
[218] 뚜렷이 드러나 분명하다.
[219] 구축 (構築): 체제·체계 따위의 기초를 닦아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