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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Jun 25. 2024

[Lazy bear HK 미생-10화, 첫 출장길]

Nanzo 쌤의 하키토브





[Lazy bear HK 미생

10화, 첫 출장길]





줄이 세워진 빳빳한 와이셔츠는 겨울의 칼바람처럼 날카롭다. 정장을 입은 후, 큰 숨을 내쉰다. 큰 숨의 무게였을까? 매일같이 입었던 코트가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현관으로 이동하면서 어색한 내 모습을 힐끗 거울로 확인한다. 나쁘지 않다. 전날 마음 무겁게 준비한 짐가방은 마음의 무게와 달리 가볍게 손에 지어진다. 



현관바닥에 놓인 구두를 한참을 바라본다. 전날 밤, 현관의 센서등을 의지해 광이 나도록 구두를 닦았다. 더는 센서등에 의지하지 않아도 광이 보일 때까지 닦고 또 닦았다.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렇게 덜고 싶었을까?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서기 전, 센서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침이라 그런지 밤에 만났던 센서등의 밝은 조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거울을 다시 힐끗 쳐다본다. 어두운 표정이다. 희미하게 나를 비추는 작은 센서등의 불빛은 내게 힘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 힘을 내자. 내 속의 복잡함과 다르게 겉은 누가 보아도 신입사원의 정석이다. 정갈한 복장이다. 이러한 내 모습은 낯설고 이질적이다.



새벽의 첫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에 이른 새벽녘에 일어난다. 비몽사몽이다. 눈앞에 놓인 현관문은 억지로 나를 깨운다. 밖으로 나가라고. 늦은 시간까지 일한 후, 아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주변의 지인에게 사정했던, 어머니가 다가온다. 눈꺼풀에 삶의 피곤이 그득한 어머니가 보인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아들의 첫 출장길을 배웅하려 현관까지 따라 나온다. 



“아들, 첫인상은 중요해. 

가서 예의 바르게, 그리고 차분하게.” 



어려운 취업 시장의 관문을 통과해 사회의 구성원이 된 나를 물가의 내놓은 아이처럼 생각했을까? 불안함과 염려가 담긴 인사말에 따습게 반응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어머니의 염려를 해방하고 싶었다. 낯가리는 아들의 어색함과 긴장감을 숨기기에 급급한, 생각보다 앞선 말이 나간다. 



“걱정마소. 

어머니, 내가 어디 가든 잘 해낼 거라는 걸 알잖소.”






무뚝뚝한 인사를 건네고 버스 터미널을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둠이 융단처럼 깔려 있는 골목길을 급하게 나온다. 왼편으로 꺾어 큰길로 나아간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걱정에 집 밖까지 따라 나온 어머니가 어서 들어가기를 바라서다.  



재촉한 발걸음의 끝인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서둘러 원주행 버스를 구매하고 탑승장으로 향한다. 대학 때도 여러 번 다녔던 길인데도 오늘은 낯설다. 직장인이 되어서일까? 익숙한 길을 가는데도 낯섦의 공기는 나의 오감을 어느 때보다 긴장하게 한다. 졸업 전 취업이라 대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 서있다. 그래서일까? 너무나 익숙했던 공간은 새삼 어색하다. 행여라도 새로운 감회에 빠질까 염려하는 시간의 서두름은 나를 밀어낸다. 정신 차리자. 마음속에 오래 담고 머물 수는 없다. 버스 정류장으로 급하게 움직인다.  



어두운 땅의 경계선을 뚫고 해가 올라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 버스 밖 창밖을 초점 없는 눈으로 끝없이 응시한다. 잠깐 잠들면 도착지에 내리지 못하고 종점에서 일어나는 불상사를 겪는다. 그러고 싶지 않다. 첫 출장길이다. 걱정과 우려는 피곤함을 무디게 만드는 에너지 드링크 음료다. 농도 짙은 카페인이 담긴 에너지 드링크 음료를 한 사발 들이켠 후, 바깥의 보이지 않는 풍경을 친구 삼아, 나의 마음을 다독인다. 창문으로 비치는 익숙한 윤곽이 보인다. 자연스레 나의 도착지이자 시작점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정류장이기에 정차하지 않고 지나칠 때가 있다. 하차벨을 누른다. 버스 기사님의 감속하는 속도보다 서둘러 나의 몸을 움직여 문 앞으로 이동한다. 버스가 잠시 정류장에서 멈춘다. 버스에서 내린다. 코끝으로 시작해 가쁜 숨을 내시는 짧은 시간에도 겨울 공기의 매콤함을 느낀다. 회사에 가까울수록 긴장감은 더욱더 짙어진다. 



정류장에서 회사로 가려면 택시를 잡아야 한다. 어젯밤에 어머니가 손에 쥐여 준, 현금 10만 원과 신용카드가 제대로 있는지 꺼내 본다.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평정심을 그렇게 다잡는다. 10 장에 새겨진, 같지만 서로 다른 열 분의 세종대왕님이 따뜻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복잡 미묘한 마음의 사연을 털어놓으라는 듯하다. 내게 전해 질 때까지 많은 이들의 손과 사연을 타고 왔을 10분의 대왕님을 한참을 바라본다. 벌써부터 나의 부족함을 고하고 싶지는 않다. 열 분의 세종대왕님을 다시 지갑에 고이 모신다. 저 멀리 택시가 다가온다. 손을 힘차게 흔든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제 시작이다. 

가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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