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0: # 블루 고스트 4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10:

# 블루 고스트 4화






14. 그래, 모든 사람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은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규범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독한 냄새가 들끓는 폐수를 바닷가에 방류하듯이 시간, 장소, 때를 고려치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낸다. 정말 지독한 대화의 악취로, 입을 열 때마다 그들의 썩은 가치관이 몸에 스며들까 걱정이다. 그들은 ‘더닝-크루거 효과’로 목욕한 상종 못 할 자이다. ‘낄끼빠빠’[89]를 무시한 자기 생각의 남발은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 그것 또한,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규범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다른 사람 욕을 하는 게 아니다. 그게 바로 나였다.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방의 공력[90]을 파악하는 게

첫걸음이다.





15. 대화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 “둘 이상의 실체 사이의 상호적인 언어소통”[91]을 대화라고 한다. 그래, 대화는 모름지기 상호적이여 한다. 즉, 상대방과 나 모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대화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물론, 상호작용은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다.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관계 또한 얼마든지 있기에 그렇다. 여하튼 입술을 통해 던져진 낱말이 모여 문장을 이루어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이루려면, 서로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정신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다. 그렇기에, 효상이와 대화는 특별하다. 분위기의 진중함도 중요치 않다. 문장의 수준 또한 중요치 않다. 그리고 주제가 무엇이어도 괜찮다. 효상이 자체가 내게는 의미이다. 그래, 효상이가 던지는 모든 낱말을 난 사랑한다. 반면에 승기와 대화는 무의미하다. 얻을 게 있어도 얻을 게 없다. 참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물리적인 또는 정신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상호작용을 그와 나누고 싶지는 않다. 단순하게 효상이를 통해 딸려온 덤에 불과한 친구다. 그렇기에 승기의 백 마디 똑똑한 조언은 내게 아무런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오히려 더 싫어진다. 잠깐 그와 어울리면서 더욱더 확신했다.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수없이 수긍했다. 웃으며 보냈던 시간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지 않는다. 늘 ‘수박 겉핥기’[92] 식의 대화였다. 그리고 승기와 보낸 시간을 추억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승기와 보낸 시간은, 그래, 이 표현이 적당하다.



효상이를 위한

시간 버리기.


하지만

우리 관계가 좀 달라졌으면 한다.


효상이가 바라니까.





16. 아버지에 대한 의심을 풀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대화하고 싶다. 그러려면, 승기와 대화하던 방식으로는 무리다. 그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자세를 낮추자.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부동산에 대해서, 국제 정세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아서다.



“정호 님의 말씀이 바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말씀대로라면, 일본의 부동산 침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내용은 흥미로운데,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잠시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아버지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우리의 대화는 상호작용의 올바른 예시다.



“우현 님,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의심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마음에 듭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우현 님 세대에 일어난 사건이 아닌데도 알고 있군요. 그동안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알겠네요. 좋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이 일어나기 전, 1980년 말, 어떠한 키워드가 일본열도를 뜨겁게 했을까요?


‘도쿄 황궁의 땅값이 미국 캘리포니아 전체의 땅값보다 비싸다.’[93]

‘도쿄 긴자의 한복판, 신문지 한 장 넓이의 땅값은 우리 돈 1억 6천만 원이다.’[94]

‘일본 부동산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95]


그 후, 1990년의 일본은 어떠했을까요? 닛케이 지수, 부동산 가격 등 일본의 거시 경제는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자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디플레이션을 유발해 모든 소비와 투자를 꽁꽁 얼어붙게 했습니다. 수많은 기업은 줄줄이 파산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회복 못 하고 있어요.


하지만, 말입니다. 우현 님과 제가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이처럼 무너진, 붕괴의 원인을 파악해, 향후 대한민국 부동산 전망을 점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경제학자도 정치인도 아닙니다. 이는 그들의 업무이지요. 블루 고스트의 사업전략은 아닙니다.


우현 님과 저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사건으로 무엇을 얻어야 할까요? 그래요, 바로 ‘에러’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17. 아버지의 설명은 정말 예상 밖이다. 잠시 아버지가 하는 일을 폰지사기[96]라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아니, 그것보다 누군들 믿었을까? 아버지가 말하는 블루 고스트 사업을? 평생 돈가스 사장인 줄 알았는데, 경제에 이리도 박식하다니. 정말 놀랄 노자다. 아버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미치겠다. 도대체 그 ‘에러’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현 님, 이제는 ‘에러’가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입니다. 그 감정을 잊지 마세요. 우현 님이 한국에 돌아가서 다른 투자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감정이니까요. 지금부터, 그 ‘에러’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두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1. 국가 경제의 레벨

2. 각 레벨에서 발생하는 대중심리


첫 번째인 ‘국가 경제의 레벨’은 블루 고스트가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레벨의 정도를 판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인 ‘각 레벨에서 발생하는 대중심리’는 충분히 우리 힘으로 조절 가능합니다.


늦출 수도 있고,

당길 수도 있고,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지울 수도 있고 ”





18. 너무나 재미난다. 근래에 들었던 어떠한 지라시 내용보다 흥미롭다. 정말로 이런 집단이 존재했다니! 그리고 엄청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자가 내 아버지라니!!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은 기분이다. 아니다, 겨우 거위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그래, 황금의 땅 엘도라도에서 형용할 수 없는 진귀한 보물로 가득 찬,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에 넋이 나간 상황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엑스터시의 황홀경이다. 효상이와 승기가 진심 옆에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효상이와 승기에게 탑시크릿을 전달할 생각을 하니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한편으로는 좀 허무하다. 그동안 우물 안에 개구리로 살아가면서, 도토리 키 재기 마냥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우리 셋이 바라본 세상은 누군가의 강력한 최면으로 만들어진 허구였다. 그 허구 안에서 도긴개긴 설전하면서 살아갔던 거다. 얼마나 미련한 존재란 말인가!



to be continued...



[89] 유행어의 일종.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의 줄임말. 쉽게 말해 눈치껏 행동하라는 의미. [출처: 나무위키]

[90] 공력(工力): 공부하여 쌓은 실력. 또는 공부를 함으로써 갖게 되는 힘.

[91] 출처: 위키백과

[92] 문자 그대로, 수박의 겉을 핥아먹는다는 의미. 사물의 속 내용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일을 비유하여 아무런 소득이 없는 행위를 이르는 말. [출처:나무위키]

[93] 김현민, 『일본 버블붕괴①…비극의 서막, 플라자 합의』,

아틀라스, 2020.11.25.,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43

[94] 양효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우리도 온다고?』,

MBC, 2021.09.11.,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00087_34936.html

[95] 김성화, 『일본의 1980년 '광기, 패닉, 붕괴'』,

톱데일리, 2020.03.06.,https://www.topdaily.kr/articles/31063

[96] 폰지사기(Ponzi scheme)란 실제로는 이윤을 거의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단지 수익을 기대하는 신규 투자자를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행되는 다단계 금융 사기 수법을 말한다. [출처: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