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0: # 블루 고스트 3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안녕하세요. 카테난조입니다.


현재 관련한 업무의 증가로 매주 연재하기가 어려울것 같아요. 영어논문 검수 일이 많아지니,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네요.


당분간은 2주마다 올릴 예정입니다.


글을 읽는 모든 분의 가정에 웃음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글쟁이는 독자로 힘을 얻으니까요.


그럼, 시작할게요.





Episode 10:

# 블루 고스트 3화




10. 당시는 승기에게 반론[80]을 펴기 어려웠다. 다 맞는 말이어서다. 오히려 승기에게 좌심방 방실판에 꼭꼭 숨겨 놓은 열등감을 들킨 기분이었다. 승기 말대로 투자금을 회수했어야 했다. 하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지만. 그냥 승기 말을 듣기 싫었다. 확성기를 사용해, 승기 귀가 피가 날 때까지 잘난 척 좀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내 정보가, 내 의견이, 내 행동이 옳다고, 은근히 나를 무시하는 승기에게 소리치고 싶은 마음뿐이어서다.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할 짓까지 한 거다. 승기의 코를 납작하게 하려고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와 투자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완패다. 이 얼마나 ‘더닝-크루거 효과’의 멍청한 예시인가!



“아버지, 아니, 블루 고스트 정호님, 방금 말씀한 ‘에러’라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합니다.”





11. 아버지의 얼굴이 점차 붉어진다. 필리핀의 버려진 외딴섬에 수천 년 간 발견되지 않은 황금을 가득 실은 난파선의 위치를 말하려는 사람처럼 흥분한 모습이다.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호기심이 많았던 그때, 밖은 온통 새로움으로 가득한 비밀공간이었다. 새로움과 호기롭게 맞서려는 내게 아버지는 치트키와 같았다. 그래, 그 표정이다. 아들에게 새로운 세상의 문으로 들어가는 접점을 소개하면서,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그 표정. 자기의 이야기를 통해 아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흐뭇해하는 그 표정. 그래 그 표정이다.



“우현님, ‘에러’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을 말합니다. 즉, 공통적인 현상을 찾아 각 나라의 발전 단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전 단계에 따라서 반드시 일어나는 ‘에러’의 시기를 예상해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블루 고스트의 주요 사업전략입니다. 지금부터 긴 이야기가 될 터이니, 정신 반짝 차리고 잘 따라와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임우현 씨?”



스케일 보소. 하하하. 뭐가 이리 거대해? 에러? 각 나라의 발전 단계? 반드시 일어나는 사건? 공격적인 투자? 수익 극대화? 듣기만 해도 짜릿하여 현실감이 떨어지는 낱말[81]이다. 하지만, 멋진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눈은 빠르게 깜빡인다. 긴장한 듯하다. 아버지의 설명을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워서다.





“조금 어려운 내용인가요? 그래요, 조금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 볼게요. ‘에러’를 판단할 수 있는, 나라의 발전 단계를 예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쓰레기입니다. 이상한가요? 혹시 쓰레기의 역사를 알고 있나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후진국은 자연스레 쓰레기 배출량은 적습니다. 반면에, 쓸모 있는 물건도 오래됐다는 이유로 쓰레기로 여기는 선진국은 어떠할까요? 배출되는 쓰레기양은 후진국에 비해 어마하겠지요? 도시의 생활양식에 따른 행정 변화로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은 발달합니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배출량도 증가합니다. 즉, 쓰레기의 양과 종류로 각 나라의 발전 정도와 다음 단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 나라의 소비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82]



12. 쓰레기로 나라의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듣도 보도 못한 참신한 접근이다. 그래, 생각해 보니까 과거의 대한민국은 종량제 봉투,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분리수거는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어느샌가, 아파트 한쪽에 자리 잡은 쓰레기 분리수거 공간, 와이프 성화에 수시로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세상은 너무 어수선하다. 그리고 여성이 분리수거하는 모습은 무언가 어색하다. 정말 그렇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 남자가 쓰레기 배출 담당이다. 분리수거 공간에 옹기종기[83] 모여있는 유부남들, 이들에게 이곳은 마음 편하게 담배를 태울 수 있는 공간이다. 분리수거가 끝난 후, 대화를 나눌 누군가를 기다리는 유부남들, 나 역시 그렇다. 가끔은 담배를 태우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왜인지 모르겠다. 이웃사촌의 개념은 이미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분리수거가 끝난 후,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태우며 짧은 담소[84]를 나누는 대한민국 유부남들. 가족이 있어도 혼자라고 느끼는 걸까? 아니면,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일까? 대한민국의 유부남이여! 힘내시게!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85]



아버지는 물을 마시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간다.



“이제 본론입니다. 그렇다면 블루 고스트는 무엇을 투자해 수익을 만들어 내는 집단일까요? 임우현 씨, 국가의 탄생 이후로 다양한 경제 지표 중, 유일하게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우상향한 그래프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내가 알 리 없다. 아버지는 잠시 텀을 둔 후, 본론을 이어간다.



“토지입니다. 즉, 부동산입니다. 모든 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부동산은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무소불위[86]의 힘입니다.”





13.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을까? 상당히 의심스럽다. 옆 나라, 일본만 보아도, 1990년대 이후로 장기간 부동산 침체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 않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사’자 냄새가 물씬 풍긴다. 허무맹랑한[87] 소설 같다. 어쩌면, 내 지식수준의 한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을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이든 아버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래, 질문하자. 모를 때는 물어야 한다.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어 정공법[88]으로. 15년 동안 영업하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다. 단순하게 이야기를 나눈다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게 아니다. 이는 착각이다. 그리고 착각하는 사람이 참 많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상대방이 지닌 경력과 경험 그리고 배경을 바탕으로 인맥을 관리해야 한다. 사람 관리를 안 하고 사회에서 밥벌이하기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15년 차 베테랑의 조언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가끔 자존심을 대화의 최전선에 배치한 사람을 만난다. 대화의 무기가 자존심인 자는 상대방이 지닌 전투력을 계산하지 않는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옳은 소리를 이상하게 적용하곤 한다.



모든 사람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To be cotinued....



[80] 반론 (反論): 남의 의견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폄. 또는 그 반대 의견.

[81] 스스로 일정한 뜻을 담고 있고, 자립성이 있는 최소 단어 [출처: 위키백과]

[82] 카드린 드 실기,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이은진・조은미 옮김, 따비, 2014

[83] 크기가 같지 않은 작은 것들이 많이 모여있는 모양.

[84] 담소(談笑):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

[85]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 뱁티스트 성경전서』,(주)한일문화사, 2016, 로마서 5장 4절

[86] 무소불위 (無所不爲): 못 할 일이 없음.

[87] 허무맹랑 (虛無孟浪): 터무니없이 허황하고 실상(實相)이 없다.

[88]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 [출처: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