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송의 밤 - 기억의 플레이리스트 10화

폴킴 – 비 (2018)

by 송필경

- 널 좋아했어, 끝내 전하지 못한말

지금 와서 이렇게 눈물이 되어 흐른다 –


비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창밖을 적시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이런 날이면 너를 떠올리게 된다.


이별이 특별한 사건이었던 적은 없다.
대부분은
서로의 마음이 엇갈린 채,
말 한 마디 없이 그렇게 젖어가고 만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네가 남긴 마지막 말처럼
쿵, 하고 내 마음을 울렸다.


젖은 거리엔
우리가 지나온 계절만이
물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가끔은,
내가 널 붙잡았어야 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입 안에서 맴돌다 끝내 삼킨 말들,
사실 나, 너를 좋아했었어.
그게 다였는데.


그래서, 비가 오면
그 말들이 빗물처럼 흐른다.

조용히, 천천히, 끝도 없이.

“그땐 왜 말하지 못했을까.”
생각만 반복하며,
또 오늘 하루를 흘려 보낸다.


비는 모든 풍경을 흐릿하게 만들고
나는 그 틈에 숨어
조금은 너를,
조금은 나를
용서하고 싶어진다.


비가 오면
내 안의 오래된 노래 하나가 재생된다.
아무도 모르게 켜두었던 마음의 플레이리스트.


노래는 말한다.
“널 좋아했단 말, 끝내 못했던 그 말이
지금 와서 이렇게 눈물이 되어 흐른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말하려다
마음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던 사람들이다.

비.jpg

그때 너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하필이면 그날, 왜 그렇게 많이 비가 왔던 걸까.
아직도 가끔 궁금하다.


기억은 이상하다.
잊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그날 입었던 하이얀 반팔,
비에 젖은 머리카락,
빗물에 얼룩진 운동화 끈까지도
또렷이 떠오른다.

비야.jpg

사랑은, 말하지 못한 마음의 무게로 오래 남는다.
그 무게가,
비처럼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당신도,
비 오는 어느 날,
잊은 줄 알았던 누군가를
한 곡의 멜로디로
조용히 꺼내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