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 그랬나봐 (2003)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문득 울컥할 때가 있다.
커피 향이 스며든 오후,
무심코 켜둔 라디오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참았던 기억들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그랬나봐… 너무 사랑했었나봐…”
가사 한 줄에
그날 너의 표정이 겹쳐진다.
너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렸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마음이 너를 붙잡고 있었단 걸 알게 됐다.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아무도 없는데도,
마치 오래된 나침반이
다시 네게로 방향을 틀 듯이.
이별은 대체로
서로의 시간이 어긋나면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사랑하고 있었는데,
너는 이미 멀어지는 중이었고—
그 간극을 몰랐던 내 무딘 마음이
가끔 미칠 듯이 미워졌다.
그래서일까.
그날 이후로
누구에게도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진심은 너무 늦게서야 입 밖으로 나온다.
기억은
참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잊었다고 생각할 때 불쑥 찾아와
그리움의 눈물을
조용히 떨어뜨린다.
너의 생일,
우리의 첫 만남,
그때 네가 입었던
옅은 긴 흰색 가디건,
그리고 그 주머니에
늘 넣어두던 작은 손난로의 온기까지—
그 모든 게
아직 내 안 어딘가에 살아 있었다.
“그랬나봐. 나는 아직 너를
놓지 못했나봐.”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될 너도,
조금은 나를
기억해줄 수 있을까.
그 시절,
우리의 서툴렀지만 진심이었던 사랑을.
이젠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그 노래만큼은 아직도
나를 멈추게 한다.
당신도.
그랬던 적 있나요?
잊은 줄 알았던 사람이
어느 날,
한 곡의 멜로디로
다시 마음에 스며든 적.
그 노래 한 곡에
아직도 누군가를
조용히 꺼내보는 밤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