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에필로그)

눈꺼풀의 물리학

by 송필경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건

철근도, 죄책감도 아니다.

눈꺼풀이다.


아침마다 내 얼굴 위에 눌려 있는 작은 이불.

분명 어젯밤엔

8시간쯤 잔 것 같다.

기록상으론 분명 그랬다.


그런데 왜,

눈은 매일같이 억울한 표정으로 뜨는가.

나는 눈꺼풀에게 밀려 사는 존재,

전세 내듯 이 몸을 빌려 산다.


문득 생각한다.

잠들기 전엔 그토록 졸린데,

그렇다면 잠이란 건—


자면서 사라지고,

깨면서 생기는

역설적인 피로 아닐까.


눈을 감고 싶은 충동과

떠야만 하는 책임 사이에서

오늘도 나는

작은 두 개의 문을 들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