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에필로그)

내시는 말야?

by 송필경

내 시는

아무 내용 없는 것 같지?


아니야,

내 시에는 감동이 있고

유머가 있고

조금의 철학도 있어.


잠깐만,

시간 좀 내서

봐줄 수 있어?

조금만,

아니, 단 한 번만이라도.


내 시는

시인지

에세이인지

사실 나도 잘 몰라.


그냥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어.

말로는 다 못 옮기지만,

느낌은 분명한,

가슴에 남는 말이야.


그 말은, 말야—

이 글을 읽는 너는

정말 복받을 거야.


고마워.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어.


시란 뭘까?

운율이 있어야 시일까,

비유가 있어야,

혹은 제목이 ‘시’여야만 시일까?


아니면

아무도 몰래 흘린 눈물 한 방울이

누군가 마음속에 떨어졌을 때—

그게 시가 되는 건 아닐까?


형태보다 진심이 먼저인 글.

웃음 뒤에 묻어있는 작은 떨림.

그걸 시라고 부르면 안 될까?


이 시가

시처럼 안 보여도—

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