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밤

by 송필경

고준원은 다시 영상을 틀었다.

CCTV.

흐릿한 화질.

건물 입구.

시간이 지나간다.

22:09

사람들이 몇 명 들어간다.

웃음소리.

게임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어머니 **진재영**도
그 안에 있었다.

영상이 조금 더 흐른다.

22:11

검은 세단이 멈춘다.

고준원은 화면을 멈췄다.

이 장면을
이미 수십 번 봤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했다.

문이 열린다.

누군가 내린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멀었다.

그 사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잠시 서 있다.

그리고 주변을 살핀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고준원은 다른 파일을 열었다.

경찰 기록.

사건 요약.
외부 모임 장소에서 사건 발생
두 명 사망 확인

사건 종결

그게 전부였다.
기사도 없었다.
뉴스도 없었다.

하루도 떠들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던 사건처럼.

고준원은 마우스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성시현은 병원 복도를 걸었다.

야간 당직이었다.

응급실 문이 닫히고
복도는 잠잠해졌다.

그는 자판기 앞에 섰다.
커피 버튼을 눌렀다.
종이컵이 떨어졌다.
커피가 채워진다.
그는 컵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그날 밤이 떠올랐다.
게임 모임이 있던 건물.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의사세요?”

성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

피.

그리고 두 사람.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성시현은 무릎을 꿇었다.

손목을 잡았다.
맥을 짚었다.
그리고 손이 멈췄다.

늦었다.
그는 잠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냈다.

112.
전화가 연결됐다.

“여기… 사람이…”

잠시 침묵.
그리고 말했다.

“…사망입니다.”

임하겸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회사에서 받은 자료였다.

그는 무심코 한 장을 넘겼다.
그리고 멈췄다.

종이 한쪽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있었다.

고상억
임하겸은 잠시 생각했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그는 다시 넘겼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름.
진재영
임하겸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묘하게 걸렸다.

왜인지 모르지만.

카페 안.
고준원은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봤다.
길 건너편.
검은 세단 하나가 서 있었다.
엔진은 꺼져 있었다.
운전석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고준원은 잠시 그 차를 바라봤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성시현

고준원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고준원 씨.”
성시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영상… 다시 봤습니다.”

잠시 정적.
그리고 성시현이 말했다.

“그날.”
잠시 숨을 고른다.

“현장에…
제가 먼저 있었습니다.”

고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시현이 이어 말했다.

“그런데…”
그는 말을 멈췄다.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누군가 현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고준원이 물었다.
“누굽니까.”
정적.

그리고 성시현이 말했다.
“…모릅니다.”

카페 창밖.

검은 세단의 불이 켜졌다.
엔진 소리가 낮게 울렸다.
차가 천천히 움직인다.
고준원은 그 차를 바라봤다.

그리고 순간 생각했다.
그 차.

CCTV 속에 있던 차와
같은 모델이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