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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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


한 때는 책장을 넘기기 아쉬워

오래도록 두고 읽고 싶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지 않고 남겨두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용기를 얻고자 며칠을 결심한 후에야 비로소 마지막 마침표를 보게 된 작가의 책인데


마음 한 편에 늘 자리한 슬픔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고,

나만이 그렇다는 생각에 더욱 세상의 한쪽 구석에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내게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손 내밀어주었고

'나를 키운 것은 슬픔이다'라는 말로 내가 품어온 이 슬픔이 나를 키웠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 책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좋아지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저녁이 되면 어렵고, 밤이 되면 저리고, 그렇게 한 계절을, 한 사람을 앓는 것이다.'


는 글귀에 내 눈이 저려 잘 보이지 않는 것인지


'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의 색깔이 좋다는 말이며, 당신의 색깔로 옮아가겠다는 말이다.'


는 글귀에 내 눈엔 온통 다른 색깔로 뒤덮여 그런 것인지.




유난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