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낭만이란 안경을 쓰고 사진을 찍겠다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로 향했다.
새로운 풍경과 좋은 사람으로 가득했던 시간.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그것을 위로해주는 자연, 풍경, 일상의 아름다움들.
1년간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지내며 그때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사진으로 기록했다.
어느덧 귀국 후 1년하고 몇개월이 훌쩍 지나 32살의 현실부적응자가 되어버린 지금, 그때의 사진들을 다시 꺼내어 작업한다.
낭만으로 가득했던 장면들은 이미 현실이란 약에 희석되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미 다른 존재로 각자의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선물해준, 과거의 나와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
긴 시간,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채 방치해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의 일탈이었지만 돌아온 한국에서의 적응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모두 내려놓고 떠났던 길이기에, 돌아왔을 때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삶은 흰 색의 도화지처럼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저는 어렸을 적 미술시간에 그러했듯 무엇을 그려야할지 고민만 하다가 정해진 시기가 지나쳐버렸습니다.
마음은, 아니 몸도 여전히 작은 결정 하나 하기 두려운 아이로 남아있지만
현실은 어느덧 저에게 이번달 방값을 책임지라 강요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장 현실의 배고픔보다는 아직은 꿈으로 배를 불리는 마음 속의 아이를 돌보는 것이 제겐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슴 속에 부채감이 쌓이는 것을 떨쳐낼 수는 없습니다.
29살의 사진가가 선택한 미래가,
그저 꿈만 먹고 사느라 본인의 사진조차 세상에 내어놓지 못하는 형편없는 모습이라는걸 알면 적잖이 실망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좋은 집에서 산다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매일 먹여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아이가 남겨놓은 시선들은 세상에 꺼내주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그리고 여전히 느리겠지만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자 합니다.
본 매거진은 오직 사진을 위해 포스팅하려 합니다.
사진에 대한 설명, 이야기들은 해당 사진을 촬영한 지역과 계절 정도로만 남겨두려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흐릿한 눈으로 기억을 더듬거리며 글을 쓰는 32살의 리터쳐를 29살의 사진가가 가만히 놓아둘 리가 없을겁니다.
본인이 보고 듣고 느꼈던 기록들을 타인의 입으로 전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게으른 탓에 이렇게 글을 적어두고 또 언제 소리소문없이 사라질지 모르지만,
33살의 자신에게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양도하기는 싫기에 애써보겠습니다.
자주 울적하고
가끔 미소짓게 될 순간들의 기록입니다.
낭만이 가득했던 29살의 사진가와 함께 캐나다의 잔잔한 일상을 여행해보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