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나고 싶다는 말은 머물고 싶다는 말이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지금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기에
그 언젠가에 떠나더라도 지금은 어딘가에 머물고 싶다는 뜻이다.
떠난다는 말은 붙잡아 달라는 말이다.
등을 돌린 그 사람의 곁에 더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2.
그럼에도 침묵하는 그 사람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기지만
얼마 못 가 다시 멈춰서는 것은
멀어질수록 더 길게 드리우는 내 그림자 때문일까.
네가 빛이기 때문인걸까.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 빛에 눈이 멀게 되더라도
차라리 등 돌려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보다 행복할 거라는
내 슬픈 욕심 때문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