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현실
그러니까 말이야.
조금은 긴장했던 것 같아.
아주 오랫동안 바래왔던 순간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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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는 많이 설렜어.
그래서 그동안 혼자 가슴속으로 했던 말들을
처음으로 종이 위에 옮겨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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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할까.
'우리 꽤 오랬동안 친구로 지내왔지?'
아냐, 너무 어설픈 것 같아.
'내가 라벤더 향을 참 좋아하는거 알지?
근데 널 만날때면 늘 어디선가 라벤더 향이 나'
아, 너무 오글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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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고민하며 이렇게, 또 저렇게 생각나는대로 적었어.
그리고 필요없는 단어들을 지워나갔어.
그러다보니 어느새, 종이 위에는
너의 이름과, 좋아한다는 말만 남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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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연락이 오던 날은 하늘을 날아갈 듯 행복했고
다른 남자를 보며 해맑게 웃는 너를 본 날은
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든 것처럼 우울했었는데
그 모든 감정들도 결국은 그 두 단어로 정리가 된다는게
조금은 억울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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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덕분에 분명히 알게 됐지.
'그래, 나는 너를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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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있잖아.
드라마나 노래가사, 혹은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이 짝사랑을 고백하면 상대도 결국엔 그 마음을 받아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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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탓인가봐.
너를 좋아한다는 내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돌린 너를 바라보는게 슬픈건.
아, 아마 내가 추천해준 칵테일이 입에 맞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네.
아니면.. 시끄러워서 내가 한 말을 잘 못들었나봐.
아니, 휴대폰에 집중하느라 내가 말한줄도 몰랐을거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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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이게 현실의 짝사랑이라는거.
말 그대로 짝사랑, 외사랑.
한명만 좋아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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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나만 좋아하면 그만이지, 했거든.
그런데 사소한 너의 친절에 조금씩 배가 부른건지,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과식을 했나봐.
이젠 제대로 숨쉬기가 힘들어.
배가 고파서, 조금씩 욕심부리던 내가 너무 원망스럽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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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헛소리가 조금 길었지?
잔 마저 비우고 일어날까?
입에 맞지는 않더라도, 마셔봐.
내가 좋아하는 칵테일이야.
다 털어넣고,
다 비워내고,
그렇게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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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취했나봐.
빛이 조금 번져 보이네.
아마 내일 일어나면 기억이 안날 것 같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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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가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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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