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by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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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구멍이 났으니 당연히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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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바닥이 잠기고
눈이 쌓이면 언제 무너질지 불안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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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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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콘크리트 빌딩들로 둘러쌓인 이 집에서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는 곳이라곤
저기 구멍난 지붕이 전부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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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떠오르는 해의 따뜻함을
한낮에는 눈부시는 강렬함을
저녁에는 헤어짐의 쓸쓸함을
밤에는 달빛의 은은함과
별빛의 몽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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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멀쩡했으면

전혀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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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비가 몇일이나 올까?
눈은 얼마나 많이 올까?
아마도 흐린날보다는 맑은 날이 더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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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기만 한 경험은 아니지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그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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