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소소한 일상

by zlzl

제목 : 우산


장마철이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더운 여름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따갑던 아스팔트 도로 위에 빗방울이 떨어져 젖는 소리와 뜨거운 열기가 식으면서 나는 냄새가 좋고 비 내리는 소리가 또도독 또는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둑어둑한 회색빛 풍경의 느낌이 좋았다. 비가 많은 날에는 하수도 구멍의 구정물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 도로 표면 및 건물 외벽의 찌든 먼지때가 벗겨지는 것 같아 묘한 쾌감이 들어 좋았다.


비가 오는 날 하굣길. 아파트 베란다에 올라 위에서 밑을 바라보면 초등학생들의 알록달록한 우산들을 모습들, 둥근 듯한 8각~12각의 우산 덩어리들은 서로 겹치지 않고 큰길을 따라 한 방향으로 가다 자기 집 아파트 동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귀엽다.


(그 밖에 자전거 국토 종주를 할 때 억수 같은 비를 뚫고 달렸던 여행, 해외 근무지에서 소나기 비에도 아스팔트 포장을 했던 모습들 등 비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이 이야기들은 나중에 재미있게 써 내려갈 생각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추억들이 많지만, 우산에 관한 에피소드가 하나 생겨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장마철은 비가 하루 종일 내릴 때도 있지만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날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우산 없이 길을 걷는데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더 내리기 전에 사무실로 복귀하려고 서둘러 걷던 중 마주 오는 젊은 두 청년이 큰 우산을 쓰고 오고 있었다. 큰 우산을 피하기 위해 청년의 경로를 피해 걸었지만 우산살이 몸을 스치고 말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봤지만 스친 우산을 들고 있던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다. 큰 사고는 아니니 가던 길을 갔지만 불편한 감정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비가 오면 어렸을 때부터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우산을 몸 가운데로 두고 우산의 높이는 머리 바로 위로 두고 다녔다. 하지만 좁은 길을 지나거나 마주 오는 행인이 있으면 비를 조금 맞더라도 우산이 상대방에게 부딪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높이 들거나 비스듬히 하여 남을 배려했다. 이런 행동과 생각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서 한 행동들이였다.


작은 사건으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감정적인 상태에선 그렇게 생각이 드는 건 어쩔수 없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