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 거지?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몇 달은 된 것 같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노이즈가 섞이기 시작한 것이. 내가 팔로우한 친구의 포스팅을 두 개쯤 보고 나면 (늘 그랬듯 소름 끼치도록 맞춤형인) 광고가 나오고, 그 이후에는 영 생소한 정보들이 올라온다.
종류는 크게 네 가지쯤으로 보인다.
(1) 내가 [팔로잉하는 친구]의 포스팅을 좋아한다는 것. (당연히 내가 좋아하니까 그 친구를 팔로잉했겠지... 그러나 보여주는 것은 그 팔로잉하는 친구가 좋아하는? 포스팅인가? 명확하지 않다)
(2) 내가 [팔로잉하는 친구]를 팔로우한다는 것. (그런데 왜 그 친구 것을 안 보여주고 영 다른 사람, 다른 장르를 보여주는 걸까?)
(3) 내가 [팔로잉하는 친구]의 추천 포스팅을 좋아한다고 한다. (정말? 근데 이거 그 팔로잉하는 친구가 추천하는 거 맞나?)
(4) 내가 팔로잉하지는 않지만 건너 건너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 올린 것과 유사한 게시물을 좋아할 것 같아서 추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딱히 최신순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략 사흘 이내 올라온 게시물을 토대로 보내는 것이긴 하다)
많은 경우, 알고리즘 서비스의 편향이나 개인 사생활 침해 같은 것을 평가할 때 알고리즘의 결과물(output)을 토대로 역으로 추적해 통계적으로 해석하곤 한다. 왜냐하면, 가령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남녀에 따라 각기 다른 성별 직업을 추천해줬다고 하더라도 그 내부의 알고리즘에 외부인이 접근할 수도 없고, 또 설령 알고리즘을 들여다본들 학습한 데이터를 열어볼 수도 없어서다. 그렇게 흑인 여성의 얼굴을 백인 남성보다 더 낮은 확률로 인식한다거나,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보험료가 산정된다거나, 예상치 못하게 개인의 취향을 읽은 광고물이 출현한다거나 하는 등의 결과물을 토대로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된다.
자, 그럼 인스타그램은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사실 이러한 추천 류의 게시물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검색 창에선 내가 '좋아요'를 눌렀던 것과 비슷한 콘텐츠(해시태그, 이미지 메타데이터, 유저 간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한)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일반 피드 화면에선 언제부턴가 최근 게시물(latest)을 대략 사흘쯤으로 잡고, 그 안에서 시계열 규칙은 버린 채 포스팅을 던져왔다. 그리고 그 최근 것들을 거의 보고 난 뒤엔 '새 콘텐츠를 모두 확인했으니, 이제부턴 우리가 추천하는 것을 보렴'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제야 발견되던 추천 피드들이, 이제는 윗단의 최근 게시물 피드에 뒤섞여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는 걸까. 외신에 따르면 사람들을 더 붙잡아 놓기 위해서라고. 사실 최신순 나열식의 알고리즘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옛날 것이 반복된다. 유저를 붙들어놓지 못한다. 사람들이 더 많은 이용자를 팔로잉해야만 돌아가는 구조기 때문에, 그마저도 귀찮다는 사람들에게는 효용이 낮다. 그러니 '당신이 좋아할 만한 포스팅'을 기꺼이 찾아서 던져주겠다는 거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영 신통찮아서, 우연히 새로 발견하는 멋진 사진보다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내가 팔로우하는 유명인은 오늘 뭘 입고 나왔는지 이어 보길 바란다. 오히려 페이스북에서는 그저 광고만 내보낼 뿐 이런 류의 추천을 하지는 않는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 할지라도 이용자도 다르고, 그들의 사용 패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거추장스러운 것은 차치하더라도, 누군가 내 계정에 의해 어떤 게시물이나 이용자를 추천받는다면, 그것은 그저 쉽게 넘어갈 일일까. 내 취향을 남에게 비의도적으로 들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는 누군가의 피드에서 맛집을 주로 팔로우하는 사람으로 소개됐을 수 있고, 복잡한 알고리즘에 의해 찐한 19금 드라마를 추천하는 유저가 돼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예상외로 식물 사진을 주로 올리는 유저들과 한 카테고리에 묶여 소개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는, 내가 도무지 알 수 없다.
인스타그램 웹에서 '설정'에 들어가면 '비슷한 계정 추천하기'로부터 나를 지울 것을 체크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인스타그램 상에서 특정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면, 정말 친목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면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 아닐까.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하기엔, 아직 용기가 나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