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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원 Dec 02. 2022

忍!忍! 이젠 터질 것 같은 당신에게

나 대신 때려 부숴줄 녀석들을 소개합니다.


 오늘은 과감하게 가련다. 


 화가 났다. 속상했고, 서운했다. 지금까지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겪어왔다. 그때마다 나는 며칠을 우울감에 눌린 채 바닥까지 내려간 자존감을 달래며 겨우 일상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이젠 모든 잘못을 나에게 돌리지 않았다. 책임에 선을 그을 줄 알았고, 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되었다. 상대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상대도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과 직장에서의 평가가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글을 쓰는 지금, 오히려 마음이 개운하다. 


 지금 나에겐 위로가 필요하지 않다. 내겐 이 개운한 기분을 이어갈 수 있는 재밌고 과격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개떼'들처럼.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전쟁, 드라마, 액션
소개.  독일이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던 2차 세계 대전 시기,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개한 유대인 출신의 미군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강렬한 신념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아 ‘개떼들’이라는 조직을 만든다. 각각의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조직원들을 모은 알도 레인은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 위장 잠입해 당한 것에 몇 배에 달하는 피의 복수극을 시작하는데…

(그림 및 소개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감독의 이름으로 설명된다. 쿠엔틴 타란티노.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에 언급했다던 바로 그 감독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도 정말 사랑한다, 아이 러브 유"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보면 이 감독에겐 틀이란 없는 듯하다. 동서양의 문화를 섞고, 만화의 양식을 더하여 기발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야기의 연출 방식뿐 아니라 전개 또한 항상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보기 전, 거칠어도 얼마나 거칠겠어~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큰코다쳤다. 나치를 혼내주겠다는 신념 하에 그들은 거침이 없다. 사실 잔인한 장면을 잘 보지 못하는 나는 몇몇 장면은 눈을 감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잔인함과 별개로 그들의 '자유로움'을 보며 쾌감을 느꼈다.   

 그들의 자유로움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 흐르는 긴장감 덕분이었다. 타란티노 라 하면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먼저 떠오르곤 하지만, 그는 사실 '대화'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에 선수다. 특히나 첫 장면에서 유대인을 숨겨준 한 남자와 나치 대령이 나누는 대화는 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점점 속력을 높이듯 긴장감을 쌓아나간다. 긴장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이야기는 폭발하듯 변화를 맞는다. 이 영화가 쾌감을 선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잔인함과 폭력성이 아니라 공들여 쌓아 올린 긴장감 덕분이다. 

 

 오늘이 이 영화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겪은 수많은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오늘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아마 나는 내일부터 또 다른 전환점을 위해 경험들을 쌓아 나갈 것이다. 또다시 우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 하루들이겠지만 그 끝에 있을 '쾌감'을 위해, 또 '자유로움'을 위해 나는 버틸 수 있다. 


 오늘도 직장, 학업, 사람, 돈으로 인해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분들께.

 당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거친 녀석들을 소개합니다.

 지나간 날들은 털어내고 모두들 자유로운 기분으로 깊은 잠에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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