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생활기 #15] 감정을 회복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린다.
성적과 관련된 어떤 결과를 알게될 때마다 멘탈이 깨져서 공부에 지장을 준다. 유튜브나 인터넷 게시글을 보면서 도파민으로 도망가게 된다. 그렇게 연연할 정도도 아니고, 앞으로 남은게 많은데도 순순히 정신을 놓아버리는 내가 싫다. 어차피 끝난 결과에 이렇게 계속 상처를 받으니 얼굴에 트러블만 늘어난다.
1. 한과목의 실점으로 기분이 나락으로 간다.
시험이 끝나고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알게됐다. 성적이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멘탈이 후루룩 털려서 하루종일 공부를 못했다. 이러다 성적이 나오면 또 기분이 나락가겠지. 매번 과목을 바꿔가며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기적으로 멘탈 수습의 날을 가진지도 꽤 됐다. 이제 변호사시험이라는 큰 관문을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나약한 정신력으로 지장을 받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의연해 질 수 있을까.
2. 기대하지 않는 방법은 언제까지 먹히지 않는다.
나는 내가 원래부터 충격에 약하다는 걸 알아서 로스쿨 입학할 때부터 기대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성공적인 것 같았다. 정말 입학할 때 정해놓은 그 하향 목표선을 나름 지켜오면서 그 이상이면 크게 상처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 세뇌하는 것도 이제 끝났나보다.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로스쿨 3학년이 되니 이쯤이면 된다는 나만의 위로가 정말 이쯤이면 안될텐데라는 불안감으로 바뀌어 버렸다.
내 실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6월 모의고사는 곧 다가오고, 그 와중에 변호사시험에 떨어진 선배들의 소식도 들으니 마음이 답답하면서 내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건 어쩔수가 없다. 그리고 그 엄격한 기준에 미달하는 내 실력은 사사건건 내게 자괴감을 준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다짐하다가 결국 내 감정을 직시했을 때 아프게 밀려오는 호감처럼, 나는 스스로 주제파악 잘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내가 욕심이 많다는 걸 알게되니 그보다 부족한 내 모습에 자괴감이 밀려온다.
3. 더 큰 스트레스로 이겨본다.
한 과목의 일부 실점으로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살아온 지난 날을 떠올리니 이제는 이러면 안되겠다 싶다. 우선 오늘 좀 폭식을 했는데 이제 나이도 있는데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주변사람에게 징징거리는 건 그 인내심을 소비하는 불건전한 방법이다. 그래서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우선 이렇게 감정을 글로 쓰고 있고, 조금 있다가는 달리기도 해보려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이 많은 실점의 날에 어떻게 견딜까도 고민이 된다. 통장에 평생 먹고 살 돈이 있으면 매사 의연해질 것 같긴 한데 비현실적이다. 그렇게다면 맞불작전으로 변호사 시험 D-day를 보고 내 현재 실력을 보며 가슴아파하는 건 어떨까. D-226이다. 꽤 남은 것 같아서 경각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장 앞에 다가온 6월 모의고사 준비부터 해야겠다.
연예인 김종국은 자기 후배들한테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 맞는 말이다. 살다보면 힘든 일도 있고 속상한 상황도 생기는데, 항상 자기에게 만족감을 주는 일을 알고 있다는 건 감정회복에 참 도움이 되는 일 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유튜브 보는 일 말고 특별히 취미가 없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유튜브도 좋아서 본다기 보단 그냥 적당히 안 심심해서 보는 것도 있어서 취미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일단 올해는 이렇게 아파하면서 보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고, 졸업한 후에는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확실한 취미를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