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천재 이제석>을 읽고
나는 자기 계발서는 잘 안 읽는다. 별로 재미가 없다. 자기에 대해서 자랑하는 듯한 이야기들이 못 미덥다.
이 책 <광고천재 이제석>은 회사 본부장님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본부장님이 사비로 사서 팀, 부장들에게 주었으니 선물이고 근무 중 반나절 동안 후기를 나누며 업무적용점을 찾자는 목적이 담겨있으니 결국 회사를 위한 선물인 셈이다. 아무튼 목적이 뭐든 독후감은 말해야 하기에 읽은 책이다.
저자는 힘들게 공부했지만 열심히 했고, 경력도 배움도 별로 없었지만 독창적인 기발함으로 광고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된다. 책 초반부에는 나름 역경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와 마음, 어려운 환경들 속 저자의 모습이 전개되어서 좀 별로였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탐구하는 광고 영역이 가시적인 성과가 명확한 분야인지라 저자의 기발한 창의성을 사진과 수상경력들로 보니 책 쓸만한 분이구나 생각 들었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 있지만, 내가 저자의 생각과 동의되는, 그리고 교훈 삼을 만한 몇 가지를 적어 본다.
1. 겉포장이 화려할수록 빈약함은 더 잘 보인다.
뉴욕에서 광고 공부를 하던 중, 포토샵으로 과제를 해서 제출한 저자에게 70대 미국 교수가 호통을 쳤다고 한다.
"'너무 예쁘게 그렸잖아!.. 포토샵으로 해 오지 말란 말이야!' 동양 학생, 특히 한국 학생들은 포토샵이나 스케치에 정성을 들인다. 그게 숙제를 해 가는 학생의 도리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미국 교수들 생각은 달랐다. 빈약한 아이디어를 포장하는 사기, 혹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긴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책 속에서
참으로 적절한 말이다. 특히 한국 학생들 뿐 아니라 한국 회사들도 그렇다.
중요한 회의, 보고라며 펼쳐 놓는 자료는 죄다 PPT다. 화려한 색감, 다닥다닥 많이도 붙어 있는 사진들로 채워진 슬라이드들은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황되고 뻥인 경우가 다수다. 마치 눈속임 같다. 직원들은 내용보다 슬라이드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게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 딱 한 장. 무엇이든 딱 한 장으로 정리하는 게 정말 실력인데 말이다.
2. 문제제기, 불만은 영혼을 일깨운다.
오직 광고를 위해 아이디어를 탐닉하는 저자의 한우물 파기는 성공의 근거가 된다. 저자는 상업광고 보다 공익성을 가진 광고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실제로도 공공성 높은 광고작업을 많이 했다. 광고라는 것이 15초, 30초 내에 각인될 만한 매우 인상적인 이미지를 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심어주는 것이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광고의 영역이 즉, 매체 영역이 넓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고양이만 한 쥐가 들락날락 거리는 뉴욕의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있을 리 만무하다. 저자는 그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서 장애인에게 뉴욕의 지하철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험난하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게 된다. 이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그가 만든 광고는 탁월했다.
".. 아닌 게 아니라 부조리한 상황을 보면 '에이 씨, 왜 이딴 식이야! 이걸 어떻게 해결해 주지?" 하고 투덜대다 작품을 짤 때가 많다. '불만은 발명의 어머니'란 구호와 맥락이 비슷하다.(중략). 역시 불만은 영혼을 일깨운다"
어떤 광고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다음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광고야 말로 진짜 광고적인 효과를 내는 것 아닐까? 그러려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지점에서, 혹은 아직 아무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문제를 꺼내어 알리는 것만큼 광고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출발점은 없을 것이다. 내가 익히 알아왔던 광고는 1차원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3. 제발 하나에 집중하도록 직원들을 내버려 둬라
광고천재 이제석은 광고 아이디어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종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는 일을 쉬지 않았다.
"나는 눈과 귀만 자극하는 광고는 만들고 싶지 않다..(중략) 그렇게 하려면 첫째도 아이디어 둘째도 아이디어 셋째도 아이디어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외적인 것들에 의존하는 건 광고쟁이의 '책임 회피'다. 광고주에 대한 리서치와 보고서를 박사 논문 수준으로 써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내가 팔게 될 광고 제품을 온종일 쓰가 보면 내 몸에 익어버리고 어느 순간 클라이언트 제품 속에 풍덩 빠진다.."
직원들을 스페셜리스트로 육성하겠다고 했다가 회사가 조금 커지고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면 보직을 순환시키곤 한다(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렇다). 불통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믹스된 스페셜리스트들은 이제 제너럴리스크로 또다시 훈련되어야 한다. 뭐가 되게 하려면 제발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길 바란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집중함이 가져다 줄 성과의 열매를 제대로 딴 사람이다. 아이디어라는 게 짠 하게 떠오르는 게 아니지 않나. 아이디어를 내야 할 그것을 디테일하게 살피고 학습하고 정리하다 보면 문제 해결 방안도 보이는 법이다.
아이디어가 단순하고 기발하다고 해서 독창적이다 라고만 평가할 일은 아니다.
단순하고 창의적이고 기발할 수록 집중적인 학습과 깊은 고민,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것이 어려울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울까?
<광고천재 이제석>의 저자 이제석은 순간의 찰나, 단 2~3초간 스캔되는 한 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광고쟁이이다. '광고쟁이'라는 말로 부족한 듯하네.. 사람들 머릿속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관념과 경험치와 배치되는 메시지를 인셉션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정치인과 교수들의 하는 노력보다 어쩌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