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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Mar 30. 2022

나의 아이의 아침 등굣길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어제 학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가 아파하니 데리러 올 수 있냐는 연락이었습니다. 

편두통이었습니다. 학원 가기 전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기에 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집에 돌아와 내 무릎에 누워 좀 쉬겠다고 하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얼굴을 바라보면서 많이 아프지는 않기를 바랐습니다. 나의 아이는 누워서 만화로 된 그리스 신화를 읽고 나는 나의 아이 눈을 따라가면서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그 눈을 따라가면서 많이 아프지는 않다고 혼자서 되뇌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잠시 후 아이는 좀 나아져서 잘 채비를 하고 같이 잠에 들었습니다. 

오늘 오전 두통이 살짝은 남아있지만 학교 가는 길 바깥공기를 마시면 괜찮아질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아이는 아침 등굣길을 걸어갑니다. 베란다에서 뒷모습을 바라보고 아이도 나를 바라보고 서로 손을 흔들고 학교를 향해 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두통, 걱정이 되는 맘으로 두통의 원인과 치료를 알아보았습니다. 스트레스와 두통 유발 음식 등.... 비염으로 인한 두통 일수도 저도 제 남편도 비염을 달고 살기에, 몇 년 전에 아이의 비염으로 큰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그리 심각하지 않아서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큰 병원을 가야 하기에 남편과 동행을 바랐었습니다. 남편은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에 부담스러워했고 저와 아이는 택시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큰 이상이 없다기에 오는 길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었고요. 아이의 두통으로 사실 이번 4월 1일 큰 병원에 진료를 예약했다가 한동안 두통 없이 지내기에 또한 남편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가야 하기에 바로 연이어 있는 아이의 진료예약을 뒤로 미루었었습니다. 원래는 낼모레에 진료였는데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나 혼자라도 가야 했는데.... 늘 보살핌을 바라시는 어머니,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제가 병원을 가야 할 때는 늘 시간이 없고 불편해하는 남편은 늘 어린아이처럼 기대시는 어머니일에는 우선적이었습니다. 덕분인지 저는 결혼 전과 달리 혼자서 잘 헤쳐나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일에는 소극적인 남편은 어머니일이라면 도맡아 하는 사람입니다. 조금 해이해지면 남편의 누나 고모가 남편에게 일깨워 줍니다. 엄마에게 더 잘해야 한다고, 그것이 싫기도 하고 가끔은 어머니를 부러운 맘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내가 보기엔 자녀들을 잘 보살펴 주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애틋한 맘으로 어머니를 보살피는 남편과 고모를 바라보면서 그렇지 못한 나를 바라봅니다. 아마도 제가 부족해서이겠지요. 개인주의 성향이어서, 이기주의적이기도 해서요. 문득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밀려왔습니다. 가까운 병원에 가셔도 될 텐데 굳이 이름난 병원에서의 진료를 위해 이리도 부담을 주시나 하는... 아버님과의 사별 후 어머니의 빈자리를 나의 남편은 채워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나의 남편은 어머니께 전생과 현생에서 큰 은덕을 입었나 봅니다.  남편도 자신에게 버거운 짐에 조금이라도 짐이 무거워지면 힘들어서 제게 서운하게 하는 거겠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내 아이에게는 짐이 되지 않기를 노력해야겠구나. 다시금 다짐합니다. 부부로 15년을 살아오면서 사회생활에서도 자리를 가지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개인적으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노력을 해가는 남편이 안쓰럽습니다. 회사생활은 신입 때와는 달리 연차가 더해지면 작은 정치의 세계이지요. 옆의 사람보다 위로 또 그 자리에서 버티기 위해 살벌한 약육강식이며 누군가를 누르고 그위로 더 인정받기 위해 학연, 지연, 능력 힘 있는 자를 향한 줄 서기 등이 중요하지요. 그 속에서 정도를 걸어가며 노력하다가 정도만이 길이 아님도 알게 되었고요. 눈물 젖은 빵도 같이 먹기도 했습니다.  그 길을 같이한 저는 제 남편이 안쓰러웠고 최선을 다해 같이 옆에 있었습니다. 출산과 동시에 회사생활을 그만둔 저는 남편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사생활을 느낍니다. 부쩍 힘들었던 2년을 지나고 지금은 좀 안정이 된 거 같네요. 물론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요. 

큰 병원에서의 진료는 한 달 또는 그이 상의 기다림을 필요로 합니다. 동네의 소아과에서는 나의 아이의 두통에 대해 뚜렷한 원인을 알 수없으니 검사를 해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큰 병원의 예약사이트에서도 처음엔 상담 진료 그리고 뇌파검사 등 원인을 알기 위한 검사과정에 대해 설명되어 있고 1차적으론 심리적 원인 , 생활의 전반적 습관 그보다 심각한 경우에는 2차적 병적인 원인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1차적 원인이기를  아니 1차적 원인임에 분명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에 고마운 댓글을 받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분이 저에게 공감과 용기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뭔가 코끝이 찌끈해지는 뭉클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용기를 얻어 좀 더 노력하며 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등굣길 저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고맙고 소중한 나의 아이의 엄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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