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까칠한 입술 매만지며 각질 뜯어 삼켰다.
“시발.”
입술 사이 쌍욕이 나왔다. 짓뭉개진 얼굴로 내가 죽인 시첼 바라봤다. 한동안 정신이 나가 몇 분 동안 바라보고 있다.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데 멍청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 멍청한 표정과 달리 뇌는 풀 가동 상태다. 즉 회상이나 하고 자빠졌단 소리다. 내가 쏴 지른 결과와 씨름하면서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던 장면, 즉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의 장면으로 되돌아갔다.
괴롭히고 소비하는 플래시백, 즉 시간이 멈춘 사진들, 서울 거리는 늘 그랬듯 늦은 밤에도 활기로 넘쳤다. 도시의 어지러운 포옹 속에서 위안을 찾으며 네온사인 골목을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대체 어디 간 거야.’
생각에 잠긴 채 걸어가다가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모퉁이를 우연히 발견했다. 그 한적한 곳에서 목격하게 될 사건을 알지 못한 채, 내 인생 방향 영원히 바꿀 불길한 교류를 발견했다. 귀찮은 의뢰인이 그토록 찾던 강민호다.
조폭 악명 높은 강민호가 고위 공직자와 대면하고 있다.
싼 값에 귀찮은 일 휘말렸다는 것에 짜증 느꼈다.
그들의 목소리는 은밀하게 가려져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정말로 지랄 맞을 의뢰인 덕분에 더 나은 판단과는 달리,
그들의 은밀한 대화의 본질을 해독하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음을 감지하고 대화 일부를 포착하기 위해 긴장했다.
비밀의 무게가 질식시키려는 거처럼 공기의 긴장이 만져졌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그것을 보았다.
강민호와 공직자 사이에 교환된 유죄 증거의 섬광. 부패한 세상,
권력자들이 엮은 불길한 거미줄을 엿볼 수 있었다.
충격과 불신이 우연히 마주한 일의 심각성을 깨닫자 땀방울이 이마 타고 흘러갔다.
마음에는 도덕적 딜레마가 자기 보존과 전쟁을 벌였다.
자신도 모르게 목격한 부패를 폭로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속임수의 그물에 연루된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사로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위협했다.
공직자가 가버리고 여기서 도망치려 하던 뒤 발걸음이 무언가를 찼다.
강민호의 시선이 마주친 것이 바로 공직자가 가고 나서 혼란과 씨름하던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불길한 빛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악의가 영혼 짓눌렀다.
내가 목격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왜 간과했을까? 공포 휩싸였다.
붐비는 장터에서 무심코 일상을 살아가는 이방인들에게 둘러싸여 살려고 발버둥 치는 나와 죽이려는 강민호와의 대결이 벌어졌다.
말은 위협으로 바뀌었고 위협은 폭력으로 확대되었다.
두려움과 자신을 보호하려는 절박한 본능에 이끌려 자신이 소유한 적도 없던 포악함으로 반격했다. 광란의 절박한 순간, 손을 내밀어 상상도 못한 무기 휘둘렀다. 치명적인 일격이 강민호를 강타했고, 평소엔 나태하게 있을 운명을 영원히 봉인했다.
현실이 가라앉고 행동 무게가 짓누르면서 시간이 느려졌다.
눈 앞 풍경은 다시 현재로 돌아왔고,
그 순간의 여파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제 자신도 모르게 폭로한 어두운 비밀에 영원히 묶인 살인자였다.
영원히 새겨지는 그 장면의 기억, 토가 치밀어올랐다.
그러나 범죄를 은폐하여 자신을 감싸고 있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 발견하기 위해 구원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동의 무게에 짓눌려 서 있는 텅 빈 골목에 달이 낮게 떠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발치에 있는 생명 없는 몸을 내려다보았다.
현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피로와 결의가 섞인 한숨을 내쉬며 나른하게 주변을 살폈다.
앞에 놓인 소름 끼치는 장면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다.
마음은 부정부패 연루를 숨기고 법의 엿보는 눈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했다. 계산된 태연함으로 작업에 접근했으며 평소의 게으른 태도로 내부의 긴급함을 숨겨야 했다.
주머니에서 라텍스 장갑을 꺼내 나른한 심정으로 장갑을 끼었다.
라텍스 장갑은 인터넷으로 대용량으로 불렀다.
직업이 심부름꾼, 일명 탐정인지라 다행히도 가방엔 다양한 게 있다.
어떤 유죄 증거도 남기고 싶지 않았고,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세심한 성격이 이어졌다.
몸을 숙여 시신을 좀 더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갔고, 움직임은 느리고 신중했다.
증거를 폐기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시선은 근처 쓰레기통으로 향했고,
입가에는 나른한 미소가 번졌다.
의외의 기력으로 쓰레기통의 묵직한 뚜껑을 열자 어둡고 움푹 파인 내부가 드러났다.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생명이 없는 시체를 가장자리를 넘어 아래 깊숙한 곳으로 힘들이지 않고 들어 올렸다.
둔탁한 소리가 밤의 정적 속에 메아리쳤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목을 튕겨 쓰레기통 뚜껑을 닫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마치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 일상의 또 다른 평범한 허드렛일인 것처럼 나태한 태도로 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내면 깊은 곳에서 행동의 무게가 양심을 잡아당겨 내 겉모습을 산산조각내겠다고 위협했다.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현장을 떠나 중얼댔다.
"인생은 불편하지만 때로는 게으름이 든든한 편이 될 수 있어. 게으름뱅이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그것이 바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널 숨기는 거야.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거든."
애써 날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