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부서진 게으름

by 강다희

테디베어는 너무 커서 심은의 아파트 문을 겨우 통과할 정도였다. 심은과 지수는 공동 현관을 지나가는 이웃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힘겹게 테디베어를 실내로 옮겼다. 이웃 중 한 명이 농담을 던졌다.


"이사하는 거야, 아니면 서커스 공연 시작하는 거야?"


심은은 웃음을 참으며 테디베어를 방 한쪽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거실은 이제 거대한 테디베어로 인해 더욱 비좁아졌다.


하지만 지수의 집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은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지수는 심은의 책상 위에 깜짝 선물을 놓아두곤 했다. 하나는 커다란 핑크색 머그컵, 또 하나는 심은의 이름이 새겨진 키보드 덮개였다. 심은은 사무실 동료들의 질문 세례를 받으며 난감해했다.


"너 뭐야, 팬클럽 생긴 거야?"


한 동료가 농담하듯 말했다. 심은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그냥 친한 친구가 장난치는 거야..."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지수가 심은의 사무실로 갑자기 나타나서 모두에게 커피를 돌리기 시작했을 때였다. 지수는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심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러분, 우리 심은씨가 최고예요! 오늘 커피는 제가 쏩니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고, 심은은 얼굴이 빨개져서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동료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심은씨, 너 뭐하는 거야? 이렇게 좋은 팬이 있는데 소개시켜주지 그래?"


심은은 고개를 들어 지수를 바라보았고, 지수는 심은에게 눈을 깜박이며 환하게 웃었다. 심은은 웃음을 참으며 지수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지수야, 너무 과해... 하지만 고마워."


그날 이후로 사무실에서 심은은 '커피 여왕'으로 불리게 되었고, 지수의 열정적인 성격은 모두에게 잘 알려졌다. 심은은 지수의 집착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런 모습이 가끔은 힘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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