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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

by 강다희

오늘은 세상의 무게가 평소보다 더 무겁게 제 어깨 위에 실린 것 같은 날이었어요. 아침이 밝았지만, 빛은 마치 무거운 안개의 커튼을 통과한 것처럼 흐릿했어요. 침대에서 조금 더 누워 있었죠,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를 찾지 못하고.



결국 힘을 내어 일어났을 때, 차가운 바닥이 발에 거슬렸어요. 평소에는 일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은 일들이, 오늘은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어요. 심지어 커피를 만드는 것조차 너무 큰 일처럼 느껴졌고, 평소에 위로가 되던 그 향기조차 오늘은 그렇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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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은 흐릿하게 지나갔어요, 시간이 달콤하게 흘러가듯이요. 평소에는 산만함을 줄 수 있던 동료들과의 대화는 오늘은 정상인 척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웃음은 억지로 보이고, 웃음소리는 공허했어요. 제 앞의 화면은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보여주는 창 같았지만, 내부에서 느끼는 정체감과는 대조적이었죠.



점심시간이 왔다 갔어요. 평소에는 작은 즐거움이 되던 음식은 오늘은 재처럼 느껴졌어요. 보통은 세상을 지켜보며 위안을 찾던 공원의 벤치가 오늘은 고립감을 주었어요. 삶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처럼 연결되지 않은 느낌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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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는 무감각함이 찾아왔어요.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며 세상이 움직이는 걸 보는 동안, 저는 멈춰 있는 것 같았어요, 보이지 않는 힘에 발이 묶인 듯이요.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는 시간이 흘러가고, 삶이 나아가는 동안 제가 그대로 서 있다는 잔인한 상기였어요.



집으로 돌아올 때, 조용함은 안도감과 함께 외로움을 감싸는 것을 상기시켜주었어요. 평소에는 제 안식처 같던 제 아파트가 오늘은 감옥처럼 느껴졌어요. 벽이 좁아지는 것 같고, 침묵이 귀를 멀게 만들었어요.



저녁은 형식적인 일이었어요. 먹는 행위는 기계적이었죠. 그저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고, 제 마음속의 혼란이 어떤 대화보다 더 크게 들렸어요.



이제 이 글을 쓰는데, 밤이 끝없이 길게 느껴져요. 밖의 어둠이 내 안의 어둠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단어들에 위안을 찾으려고 하지만, 오늘 밤은 그저 아무 곳으로도 가지 않는 여정의 승객들처럼 느껴집니다.



잠이 오길 바래요. 생각의 끊임없는 행진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잠깐의 휴식을 가져다주길 바랍니다. 어쩌면 내일은 더 밝을지도 모르고, 안개가 걷힐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이 일기를 덮으면서, 나의 고군분투의 묵묵한 증인이자, 외로움 속의 유일한 동반자인 이 일기장과 작별을 고합니다.



잘 자요, 세상아. 내일은 더 친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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