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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얼리 May 14. 2022

"동물은 물건이다"

당연히 틀린 명제에 '모두'가 분노할 때까지

에디터의 말

  법무부가 지난해 7월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내용이 담긴 조항을 담은 민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저는 ‘이 당연한 걸 이제야 법적으로 명시했단 말이야?’ 의문을 가졌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물건으로 취급된 동물들은 어떤 일을 겪고 있던 걸까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시작했죠.


  동물을 상품으로 거래하고,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학대해도 ‘재물 손괴’로 취급됐던 게 모두 이들이 ‘물건’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는 걸 아시나요? 전염병이 돌면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도요. 부끄럽게도 저 또한 몇 년 전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동물보호법을 시행한 지는 겨우 30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이 법이 만들어진 건 사실 동물을 보호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1988년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급조해 1991년, 개식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급조된 거였죠. 하지만 비슷한 시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미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벌써 민법에 담았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The greatness of a nation and its moral progress can be judged by the way its animals are treated.)”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도덕성은 어디까지 와있을까요. 0(도덕적이지 않음)부터 10(완벽히 도덕적임)까지로 평가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디에 점 찍으실 건가요?






  동물에 대한 다음 세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똑같은 전제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동물은 물건이다”가 그 전제다.       

             


수천만 원의 치료비에도 반려견 사망…병원은 “진료기록은 못 준다” (ㄱ사례)


  지난해 4월, 만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반려견 웅이가 세상을 떠났다. 보호자 안수진 씨는 2018년부터 2년 반가량 웅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 한 병원에서 3,500만 원을 들여 치료했다. 치료 과정에서 병원이 약물 투여를 잘못해 웅이 상태는 악화했고, 결국 사망했다. 병원 측은 “약물을 과다 처방한 실수가 있었던 건 맞다”며 인정했지만, 안 씨가 진료기록을 요구하자 “줘야 할 의무가 없다”며 제공하지 않았다.


  안 씨는 지금까지도 진료기록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해당 내용을 국민청원에 올림으로써 병원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안 씨는 “깜깜이 처방때문에 큰 비용을 내면서도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는 지도 모른다”며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여부를 따지기 힘들다” 지적했다.



고양이 피부 가죽 벗겨져 발견…경찰 “할 수 있는 게 없다” (ㄴ사례)


“피부 가죽이 벗겨진 고양이 사체가 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한 공원을 지나던 시민이 경찰에 신고한 내용이다. 당시 고양이는 피부 가죽이 모두 벗겨지고 머리에는 비닐이 씌워진 상태였으며, 복부도 갈라져 내장이 쏟아져 나와있었다. 신고자는 고양이를 묻어둔 채 신고해 출동한 경찰에 사진을 보여줬다. 신고자는 고양이를 학대한 이를 적극 수사하길 바랐으나, 경찰은 “본인 소유 고양이가 아니지 않냐”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남긴채 돌아갔다.


  신고자는 경찰서에 가 진정서를 작성했다. 다음날이 돼서야 경찰은 고양이 사체를 확보했다. 경찰은 최근 늘어나는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매뉴얼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조류독감 막으려 포크레인으로 닭 수십 마리 뭉개 죽여(ㄷ사례)


  포크레인 삽이 수십 마리의 닭을 짓이겨 누른다. 양쪽 귀퉁이에서는 두 사람이 각각 몽둥이를 들고 주변 닭들을 내려친다. 또 다른 누군가가 철장에서 스무 마리 가까운 닭을 쏟아내고, 포크레인은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닭은 날갯짓을 하며 날아도 보고 몽둥이를 이리저리 피해보지만 결국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진다.


  지난해 2월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 정부는 살처분 지침을 내렸다. 경기 화성시 한 농장주는 질식사를 시키려했을 때 죽지 않은 닭들을 중장비를 동원해 짓누르고 때려 죽이는 방법을 택했다. 정부는 닭이나 오리를 살처분할 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가스나 약물을 사용해 질식사시킨 뒤 매장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농장주는 “지자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빨리 살처분 시키라고 한다” 설명했다.


  그렇게 겨울 동안 전국 480곳 가금 농가에서 2천 9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됐다.




  ㄱ사례, 사람인 환자는 본인인증만 거치면 병원에서는 물론이고, 온라인으로도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을 수 있다. 수천만 원이 아닌 단 천 원의 비용이 드는 진료를 받더라도 가능하다. 의료법에 따르면 환자가 기록을 요청할 경우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동물병원은 보호자에게 진료기록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수의사들은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했는지 등이 “영업 비밀 누설”이라며 주지 않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사람은 필수 진료 항목에 대해 병원 별로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동물병원은 같은 검사를 의뢰해도 제시하는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간단한 검사에도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물 의료체계가 표준화되지 않아 병원 별로 ‘검사받아야 한다’ 안내한 항목이 다르고, 각 의료 행위 별로 비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의료수가를 정하는 건 과도한 시장의 개입이라고 말했다.


“같은 치료를 한다고 해도 병원마다 구비해놓은 장비의 등급이 다 다르잖아요. 각기 다른 장비로 서비스한 걸 동일한 가격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서 저도 오늘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저희 동네에서는 1만 1천 원인데 다른 데서는 3만 원이거든요. 미용실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가 알아보고 결정할 일인 거죠. 국가가 정해준다는 건 과도한 시장에의 개입 아닐까요?”


  사람 대상 의료 행위는 국민 보건 향상에 목적을 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의료는 인간에게 제공돼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어디서 치료를 받든 특정 증상이 있을 때 필수 의료 행위와 해당 행위에 대한 비용은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다. 의료 행위의 ‘공공성’을 ‘시장성’보다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행법상 동물 의료 행위는 ‘물건 수리’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 아닌 단순 서비스 차원에서 모든 게 민간에 맡겨지고 있다.


   2016년부터는 반려동물 의료 행위에 부가가치세도 부과됐다. 사람 의료 행위 중에는 성형수술에만 붙는 세금이다. 여기에는 농장동물인 소나 돼지를 치료하는 데는 세금이 안 붙는다는 모순이 있는데, 이는 동물을 치료해서 사람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게 해야 한다는 공공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 먹거리가 아닌 반려동물의 치료는 모두 ‘사치스러운 서비스’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의업계는 “법만 봐도 동물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알 수 있다”며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공공재로 보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의사들은 시장 논리에 따라 법 개정을 방해하는 일도 “공공의료 취급을 안 해주는데 우리가 규제만 받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ㄴ과 ㄷ 두 사례는 법을 따질 것도 없이 주인공을 ‘사람’으로 바꾼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피부 가죽이 벗겨진 사람이 공원에서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당연히’ 경찰은 즉시 ‘코드제로’를 발동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ㄴ사례인 강서구 유기 고양이 학대 수사를 맡은 경찰 대응에선 긴급성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동물 사체가 발견되면 우리는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12신고 하루 뒤에서야 사체를 수거한 일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사람 사이 전염병은 아무리 확산 속도가 빠르더라도 ‘인간 살처분’을 생각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의료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치료하고 최대한 확산세를 늦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치사율 90%에 달하는 전염병 천연두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ㄷ사례는 동물, 특히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죽음이다. 닭은 앞서 설명한 동물 의료 행위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분류된 가축들이기 때문이다. 소, 돼지, 닭, 오리, 사슴, 말, 양 등은 사람에게 안전하게 ‘가공품’으로 제공되기 위해 병원 진료시 면세 혜택을 받는다. 즉, 법적으로 가축은 가공품을 생산하는 개체에 불과한 것이다.


  이밖에도 동물을 물건으로 여겼기에 자행된 일들은 도처에 있다. 동물들은 도로변 ‘펫샵(pet shop)’ 유리장에 전시돼 상품 취급당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동물학대 전과자도 동물을 사서 또 키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죽여도 재물손괴죄를 적용받고, 유기동물을 데려가도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받는다. 불법 도살장들은 무법지대에서 여전히 동물을 착취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법 제98조에는 물건에 대한 정의가 명시돼 있다. 동물은 ‘유체물(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에 속했다.


제98조(물건의 정의)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동물도 지능과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는 건 수많은 연구를 통해 나온 과학적 사실이다. ‘반려’, 즉 짝이 되는 동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지난 2017년 캐나다 퀘벡 시에서는 동물에게 어린이와 같은 권리를 부여하면서, 지각적인 존재로 받아들였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휴대폰이나 키보드 같은 물건에서 양육과 존중을 필요로 하는 감정적 존재로 끌어올린 거다.


  지난해 7월 법무부가 제98조2를 신설해 입법을 예고했다. 법무부는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제98조(물건의 정의)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

제98조의2(동물의 법적 지위) ①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②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국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500만, 전체 인구의 25%에 이르렀다.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현행법상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들의 권리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2018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89.2%)이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해외에서는 범죄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동물을 대상화하고 학대하는 행위가 인간 대상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점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인간폭력저널(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에 1999년 실린 연구에 따르면 동물 학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대인 폭력적일 가능성과 재산 범죄, 마약 범죄 등을 저지를 확률이 높았다.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면 학대로 규정하고 강한 처벌을 하기 어렵다. 비인간동물뿐 아니라 함께 사는 인간을 위해서라도 동물을 살아 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학대를 엄격히 인지 및 처벌해야 한다. 최근 경찰은 방어와 참돔을 바닥에 내던진 행위를 동물학대로 판단했다. 어류에 대해 수사기관이 동물학대를 인정한 첫 사례로, 동물보호단체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보았다.




  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도 느리지만 동물 보호를 위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민법 개정은 시작점일 뿐, 그 무엇도 바꾸지 못한다면서 넘을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동물의 법적 지위가 개선되면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동물까지 영향을 받을까? 동물 관련 법 전문 변호사와 질답을 주고받은 내용을 정리했다.


한재언 /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


이번 민법 개정으로 앞서 소개한 개별 사례에도 유의미한 영향이 있나요?

=사실 이번 개정만 가지고는 민법과 관련된 사건이 아니면 영향이 없어요. 이 자체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는 건 아니고, 민법은 모든 법의 기본법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법들도 동물의 생명권을 더 고려하는 취지로 개정돼야죠. 아직 다른 법 조항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지금 민법을 제외한 영역에서는 동물이 ‘물건도 아니고 뭣도 아닌 존재’에요. 잘못하면 기존에 물건에게 적용되던 법까지도 적용이 안 될 수 있죠. 이를 우려해서 개정안 2항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물건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고 명시돼 있잖아요. 아직 물건 취급 막으려면 멀었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민법 사건은 어떤 예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죽였을 때 지금까지는 보호자에게 위자료 액수가 적었단 말이에요. 왜냐하면 생명을 해친 걸로 간주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거니까. 201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위자료가 50만 원에서 100만 원이었고, 이제는 조금씩 반려동물의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많게는 300만 원까지도 위자료 인정이 돼왔거든요. 민법이 개정됐으니까 앞으로는 동물은 생명이고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전제가 깔리게 될 거고, 그러면 위자료 액수가 높아질 거예요. 소유물이 아니라 가족을 잃은 것에 대한 위자료를 주는 거니까.


비슷하게 유기동물 마음대로 데려가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됐는데, 이 부분도 달라지는 건가요?

=형법에 특별한 규정이 생기기 전까지는 점유이탈물횡령죄 적용으로 똑같아요. 민법이랑 괴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형법,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에도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은 규정들이 일일이 적용돼야죠. 손댈 데가 너무 많긴 해요. 단기간에 될 문제는 아니에요.


얼마나 복잡한가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개를 죽였어요. 잔인하게 죽였다면 동물학대죄가 성립하고, 아니면 재물손괴죄가 적용이 돼요. 동물학대죄는 동물보호법, 재물손괴죄는 형법에 있는 조항이에요. 자,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명시가 되면 동물을 죽이는 것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러면 형법도 개정하고 동물보호법도 개정하고 실은 그밖에도 관련된 법들이 되게 많거든요.


***동물 관련 법 : 동물보호법, 축산법, 축산물위생관리법, 형법, 실험동물법, 야생생물보호및관리법, 동물원및수족관관리법 등


법마다 괴리가 커서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 한 번에 개정될 순 없는 건가요?

=그러면 민법 개정마저 안 될 수도 있는 거죠. 어쨌든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 자체가 기본이 돼야 하는 거니까 이거 먼저 했다고 볼 수 있어요.


당장 바뀌진 않지만 잇따라 법 개정이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려동물 같은 경우에는 입양할 때 아이 입양하듯이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겠죠. 아이 입양할 때는 아동학대 이력이 있는지, 재산 상황은 어떤지 이런 거 검토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법 상으로는 내가 강아지를 죽여서 처벌받았어, 그런데 또 강아지를 입양하려고 해? 문제 없이 할 수 있어요. 그냥 물건 들여오는 건 물건을 부숴본 사람이든 아니든 가능한 거니까. 근데 동물이 이제 물건이 아니라고 하면 전과도 확인해야죠.

펫샵도 실제 외국에서는 금지하는 데가 많아요. 우리도 앞으로는 동물판매업 자체를 금지하고 굳이 입양을 하고 싶으면 유기동물을 데려가거나 아니면 동물생산업을 하는 곳에서 직접 데려가야죠. 그리고 개농장, 개경매장 이런 쪽부터 개선해야겠죠. 반려동물이 먼저 ‘비물건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분류되는 동물에게도 거래를 금지하는 등 동물이 아니라는 명제가 적용될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현실적으로는 그게 될 지 모르겠어요. 현 시점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거죠. 소 거래하지 말라고 하면 축산업 다 버리겠다는 거니까 그렇게 할 순 없잖아요. 그나마 기대되는 부분을 이야기해보면, 동물은 앞으로 물건이 아니니까 실험대상 동물에 실험 윤리를 엄격하게 해야 하고, 최대한 고통을 겪지 않게 더 힘 써야 하고 이런 관리감독이 더 철저해지겠죠.


아직 제도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시민들이 이를 도울 방법은 없을까요?

=각 분야 법들에 잘 적용되는지 지켜보고 계속 촉구해야죠. 이번 민법 개정도 시민들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잖아요. 사실 법이 선제적으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주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앞선 동물 대상화 고발 사례들이 대중에 밝혀진 것도 국민청원이나 동물단체 제보, SNS를 통해서였잖아요. 꾸준히 ‘이건 학대다’, ‘착취다’ 메시지를 전달해서 듣도록 해야죠.




  33년. 오스트리아가 최초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규정했던 1988년과 대한민국 개정안 예고 시점의 간극이다. 아직 대한민국에선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손님이 불쾌해 한다'는 이유로 식당에 못 들어가고 있다. 식당, 카페는 '노 펫 존'이 기본값이다. 상상해보자. 사랑하는 강아지를 안고 바에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사회는 같은 인간에게는 얼마나 더 포용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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