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잘 안 풀리고 속상하고 힘이 드는 날이 있다. 일을 마치고 회사 문을 나서며 생각했다. 마음의 노동 값까지 내 월급에 포함된 거라고. 달을 꼬박 투자하고 받는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 생각했지만 소중하기 그지없다. 공감 능력 없는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는 건 매우 힘이 든다. 나도 나이가 든 지라 어떤 때는 한도 끝도 없이 너무 지친다! 애 같은 생각 내려놓자. 내 마음 한 구석이 서글프다.
집으로 돌아와 오일 파스타를 만들었다. 흰 접시 위에 올려진 바질면과 새우, 양배추와 토마토가 예쁘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인스타엔 다들 웃고 있는데, 마음까지 웃고 있는 걸까? 지인의 고양이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고양이는 참 예쁘구나.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왜 강아지 사진이 별로 없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왜 한 장 밖에 없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일상의 우울함을 찍는 것이 좋아서 그런 풍경들 밖에 없었나 보다. 오래간만에 지난 주말 혼자 미술관에서 찍은 작품을 인스타에 올려보았다. 이 도시에 내려온 지 1년이나 되었건만 갈 만한 미술관이 하나라는 걸 지금에서야 알다니. 좀 더 행동반경을 넓혀 보기로 결심했다.
어제 미룬 운동을 오늘은 또다시 해보기로 했다. 밤하늘을 보고 바람을 맞는 일은 하루를 조금씩 나아지게 한다. 하지만 우울감이 드는 날들은 어떤 행동이든 조심스럽다. 좋아하는 것들을 해도 안 좋은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법. 밤새 잠 못 들기도 한다. 이번 주 토요일엔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요즘 통 잠에 들지 못하고 내 빈 껍데기가 나를 대신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요즈음 난 늘 혼자 빈 우주를 몇 날 며칠이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늘 그랬듯 언젠가 또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내 못난 모습을 봐주는 건 여기까지라고 결심해본다. 뭐든 해보자, 끝날 때까지 발악을 해 보자. 다른 것을 또 취미로 배워 보자고 생각했다.
운동을 다녀와서 씻고 책을 보며 오늘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오늘은 여기서 그만.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기나긴 하루를 방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