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승

죽은 줄 알았던 비둘기가 살아있다

by 신홍승




죽은 줄 알았던 비둘기가 살아있다




쓰러진 음식물 쓰레기 봉지 밖으로

빵가루가 흘러나와

길에 소복이 쌓였다

빗자루로

길에 쌓인 빵가루를

열심히 쓸어내는데

비둘기 몸통이 보인다

비둘기 얼굴은

빵가루에 묻혔는지 보이지 않고

비둘기 몸통은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비둘기 사체를 치워야 하나

비둘기 사체는 징그러워 건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비둘기 사체를 이대로 둘 수 없다

건들고 싶지 않은 비둘기 사체를

쓰레받기가 있는 쪽으로

빗자루로 살며시 민다

비둘기 몸통이 움직인다

이게 무슨 일일까

얼떨떨하다

이전에 비둘기가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음식물을 빼내서

길에 떨어뜨려 먹는 모습을 봤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빵가루를

비둘기가 길에 떨어뜨리다가

함께 힘을 받은 음식물 쓰레기 봉지가

서서히 기울었고

음식물 쓰레기 봉지 밑에 떨어진 빵가루를

비둘기가 먹는 사이

음식물 쓰레기 봉지가 균형을 잃고 쓰러져

밑에서 빵가루를 먹던 비둘기가 깔렸고

흘러나온 빵가루에

비둘기가 묻혀서 안 보였던 것 같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급히 들자

음식물 국물에 젖었는지

머리털이 삐죽삐죽 서서

귀신 머리를 한 비둘기가 일어난다

비둘기가 목에 무리가 갔었는지

목을 여러 번 흔들며

목 상태를 확인하는 듯하다가 걸어간다

좀비가 걷는 것처럼 무서운 비둘기 모습에

몸을 덜덜 떨면서

걸어가는 비둘기가 정말 멀쩡한 것인지

살펴보는데

비둘기가 문제없이 잘 걸어가는 모습에

마음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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