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하고, 가볍고 이기적인 나의 인생
[폭싹 속았수다 감상편]
문득 한 드라마에 빠져 며칠 동안 헤어나오지 못하고, 결국 완결편까지 정주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드라마에 깊이 빠졌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몰입하며 제 뇌가 동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의 삶과 누이의 인생, 그리고 제 기억 속 세포들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첫사랑과 꼭 닮은 인물이 등장했고, 예전에 ‘박하사탕’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문소리 배우의 연기를 통해 잊고 지냈던 20살의 감정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고통과 아픔 속에서 함께 아파했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미국 유학 자금을 보태주셨던, 흰 저고리를 입은 가난한 할머니.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고아로 자라신 바다 소녀였던 어머니. 몇 번이나 쓰러지시면서도 무뚝뚝한 가장의 무게를 가슴에 담고 살아가신 아버지. 밤새워 소주를 마시고 동생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가, 다음 날 장애인이 되어버린 그 동생. 그리고 그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평생 소주를 입에도 대지 않게 된 저 자신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무능력한 모습으로 떠나보내고, 늘 스스로에게서 도망치며 비겁하게 등을 돌려버린 무능한 남자의 모습.
마음을 닫고, 친구도 만들지 않고, 늘 혼자 세상을 살아가며, 차가운 장남, 무뚝뚝한 남편, 정 없는 사위, 무관심한 동료로 살아온 제 모습. 온갖 자랑과 얕은 아는 척을 하며, 감정도 정서도 메마른 50년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 부모님, 동생들, 그리고 소중한 친구, 형님, 스승님, 지인들이 계심에도 감사하는 마음 없이, 제 편안함과 달콤한 게으름, 이기심과 욕망에 사로잡혀 오직 앞만 보며 달려온 삶이었습니다.
그런 제 삶과는 달리, 가족과 사랑의 깊이를 되새기게 해주는 이 드라마를 보며, 20살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감성에 휘몰려 눈물을 흘리고, 후회하며,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창피한 제 인생이었습니다.
그저 가족들의 희생 위에만 존재했던 삶이었고, 이기적인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 남은 삶만큼은, 진정 남자답게,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에 값진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슬프고, 행복하고, 아픕니다.
이 불안한 감정과 현실을 앞으로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어리석고, 철없는 인생입니다.
너무 행복해서, 가슴 아픈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