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불구하고 Apr 02. 2021

2021.03.24(수)

꿈은 이루어진다. 반드시.

1.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다섯 시 20분까지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팀장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사내번역팀 1차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면접을 준비하라는 메시지였다. 끼얏호!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구나 드디어! 너무 신나서 오늘 퇴근길 내내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여기 들어올 때부터 정말 가고 싶어 했던 부서였으니까. 그리고 지원자가 많아서 경쟁률 세다고 들었는데 내가 1차에서 덜컥 합격할 줄은 몰랐으니까. 지금도 사실 어안이 벙벙하다. 이거 설마 꿈인가 싶어서 허벅지를 꼬집어 봤는데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두 차례의 면접. 파이팅!


2. 오늘 전철역에서 내린 뒤 집까지 걸어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2017년 여름, 그 사건이 터진 이후로 완전히 내 인생은 곤두박질치듯 주저앉았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고 회복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주교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자살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실행할 용기가 없어서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4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영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고객센터 일로 시작해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내가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하다. 눈물이 왈칵 날 만큼.


3. 어제 자축의 의미로 참치회를 배 터지게 먹고, 집에 와서 일기를 쓰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어제 올린 일기도 사실 처음에 쓴 건 자다가 버튼을 눌러서 다 날려먹었고, 두 번째 쓴 걸 올린 거였다. 그러다 보니,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고 오늘 아침에 눈을 떠보니 6시 50분! 평소 같았으면 이미 집에서 나갔을 시간인데, 알람도 못 듣고 그때까지 자 버렸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달려 나와 택시를 탔다. 전철 앞뒤로 두 번을 모두 택시를 타는 바람에 만 원이 그냥 날아갔지만, 그래도 다행히 회사에는 늦지 않게 도착했다. 평소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하루였다. 긴장 놓치지 말아야지!


4. 오늘도 회사에서 한 차례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그것도 바로 점심시간 다음에. 그래서 그 시간이 딱 되자마자 점심시간에 걸었던 거리를 또 한 바퀴 걸었다. 걷기를 처음 시작한 게 1월 하순. 그때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면서 걸었는데, 어느덧 목련이나 개나리 같은 봄꽃이 하나둘씩 피고 있다. 시간이 빠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으니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내가 나중에 이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봄꽃도 구경하고, 잡생각도 털어버리고 나름 좋은 교훈도 얻고. 일석삼조다.


5. 감사일기 쓰기를 시작한 이후로 나에게 주어지는 하루하루가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매일 주어지는 소중한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근사한 선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결론은 남들이 가진 그들만의 행복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삶에 집중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소소한 행복을 최대한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과 비교하면 내가 스스로 참 초라해지고 못나게 느껴지지만, 어제의 나에 비해 오늘의 나는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에 집중하면 내 인생은 앞으로도 행복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더 멋지고 행복하게 살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1.03.23 (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