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자인 프로세스는 끝났다?

by SOPHia



Jenny Wen: The design process is dead.



Jenny Wen(현 Anthropic 디자인 리드이자 전 Figma 디자인 디렉터)이 "디자인 프로세스는 끝났다"라고 말합니다.

이게 무슨 청천변력 같은 소리인지..

해당 주장에 대한 디자이너의 반응은 질타와 동의가 섞여 있습니다.


저는 2024년에 서비스·경험디자인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제작된 서비스경험디자인 이론서에는 (준비하기)-발견하기-정의하기-개발하기-전달하기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길라잡이처럼 참고했던 책이라 정말 많이 펼쳐봤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이러한 디자인 프로세스는 순환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프로세스로 진화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u94juYwLLM



위 강연에 대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변화하는 제작 환경과 역할의 붕괴


1. '생각'보다 '실행'이 빠르다

PM의 영역 확장: 이제 제품 관리자(PM)는 번거로운 리서치나 페르소나 설정 없이도 디자이너보다 빠르게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냅니다.

모호해진 직군 간 경계: 디자이너의 책임이었던 프로토타이핑과 '바이브 코딩'이 이제는 여러 직군의 공통 역량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역량 강화: 디자이너 역시 직접 코딩하며 최종 구현까지 스스로 완결하는 실행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2. 더 적은 인원으로 더 큰 성과를 내는 시대

업계 전반에 걸쳐 해고와 인력 감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통 비용이 낮은 소규모 팀이 더 강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3. 취향(Taste), 제작력(Craft), 품질(Quality)

더 이상 엄격한 프로세스를 따를 여유가 없고 AI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디자이너의 가치는 결국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큐레이션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4. 프로세스를 맹신하지 마세요

모든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복잡성, 문제 영역, 불확실성, 기술적 제약, 타임라인, 비즈니스 니즈, 그리고 투입되는 인력까지 모든 조건이 다릅니다. 이토록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든 프로젝트에 동일한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 중요한 점은 프로세스가 결과의 질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AI 시대에는 기존의 프로세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프로세스에 의존해 왔거나, 혹은 조직에서 강제된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기대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편함을 마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결과물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


해결책 우선 접근(starting solution first): 문제를 정의하기 전에 먼저 솔루션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보는 방식입니다.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caring ruthlessly about the details): 끝없는 과정 속에서 퀄리티를 다듬고 반복 작업해야 됩니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을 위한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직관으로 판단하기(operating on intuition): 직관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모든 수많은 사용자 피드백, 리서치, 데이터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근거 있는 빠른 판단력입니다. 모든 결정을 A/B 테스트할 수 없기에 디자이너의 전문적인 직관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단계 건너뛰기 및 변형(skipping steps and making them up): 디자이너는 매번 가장 적합한 단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며 상황에 맞게 단계를 생략하거나 새로 만드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디자이너의 가치는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doing something just for the sake of making people smile): FigJam의 스탬프, 이모트, 커서 채팅 같은 기능들은 문제 정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자"는 단순한 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프로세스가 아닌, 자신을 믿으세요


중요한 건 이 모든 방법이 정답도 아니고 정해진 순서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어떤 방식도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디자이너의 진정한 가치는 정해진 단계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도구를 선택하고 스스로의 판단력을 믿으며 최선의 결과를 위해 방향을 만들어가는 능력에 있습니다.






직관으로 내린 의사결정을 증명하기 위해 쓸데없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나요?
혹은 내가 인지하지 못한 편향 속에서 검증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여전히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면 마음 한편에서는 이미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충분히 검증을 거쳤음에도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학과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디자인 전공에서 고학년 수업에 들어가면 개강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보통 2주 정도 주제를 정하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죽음의 시간을 앞둔 '휴식 기간' 정도로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다 4학년이 들어서 주제를 선정하는데 리서치하고, 고민하고, 뒤엎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발견' 단계에서 무려 4주가 걸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주제 선정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결국 초기 단계에서 고뇌했던 시간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충분한 리서치가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 이제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묘하게 개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더블 다이아몬드의 앞단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빠르게 실행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실행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결론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답이라고 할 것 없는 과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느껴집니다. 여전히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여기는 초기 단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프로젝트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며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전통적인 더블 다이아몬드 기반 UX 프로세스가
AI 환경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생성형 AI와 상호작용하는 UX 환경에서는 문제 발견과 정의, 개발과 검증이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AI의 출력과 사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순환·보정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UX 프로세스 역시 '발견-정의-개발-전달'이 아닌, AI 기반 기회 탐색과 데이터 검증, 프롬프트 설계와 개념 프로토타이핑, 성능 평가와 확장이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화여대 강수진 교수


AI 환경에서는 문제 발견→정의→개발→전달이 선형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AI 출력과 사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순환·보정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페이스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기존 챗 기반, 텍스트 중심의 선형 인터페이스를 넘어, 생성형 UI, 공간적 레이어, 실시간 흐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AI-native 인터페이스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시 - 예약 앱
AI가 실시간으로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서 UI가 스스로 보정 → "오후에 예약 취소가 많네?" 해당 시간대 버튼 강조 수정
예시 - 이커머스
UI가 사용자 유형에 따라 바뀜 → "어떤 사용자는 리뷰, 다른 사용자는 가격을 먼저 봄" 사용자별 UI 우선순위 자동 변경
예시 - OTT
시청 패턴 + 행동 실시간 반영 → "특정 장르 2초 안에 스킵" 해당 장르 카드 노출 감소 / "오프닝 시퀀스 스킵" 해당 시리즈 시작 시 오프닝 자동 스킵
예시 - 모빌리티
사용자 생황 패턴에 맞게 바뀌는 인터페이스 → "주로 집 > 회사 경로 반복" 출발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호출 버튼 생성



AI-native UX의 핵심이 결국 데이터 분석, 자동화, 실시간 예측을 기반으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초개인화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의 역할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무언가 직접 만들기보다 무엇을 만들지 선택하고 변화하는 시스템의 방향을 설계하는 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변화할 것인지, 어디까지 자동화할 것인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으로 전달될 것인지. 이제는 이러한 판단이 디자이너의 핵심 능력이 되고 있습니다.




https://www.etnews.com/2026011300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