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연에서 그림을 시작했다.
산과 바위, 나무, 바다가 조용히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야외스케치를 갈 때면, 소풍 가는 아이 마냥 설레기까지 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변해갔다.
자연을 비틀고, 선과 색을 변형하기 시작했다.
자연 그대로에서 벗어나,
내 안의 자아가 꿈틀거리며, 그림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즈음,
우리 민화에 대한 관심도 더해졌다.
투박하고 자유로운 표현,
대담하고 선명한 색채,
무엇보다 민중과 함께 하며, 제도권 밖이라는 그 위치가 나와 맞닿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온전한 나의 것으로 녹여내고 싶었다.
어느새
내 그림은 자연이 아닌 오롯이 나로 향하고 있었다.
나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제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숨어 있던 나와 마주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림으로 말한다.
이 공간에서
당신도 함께 머물며 서로의 내면을 나누길 바란다.
곳곳에서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들, 방향도 주체도 알 수 없는 관찰과 기대, 감시가 혼재하는 이목들.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끝없는 욕망, 수많은 정보들, 그리고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탐욕의 형상.
커져가는 욕망을 감당하기엔 너무 나약한 인간.
불필요한 정보, 행동은 없는 생각만으로 비대해진 머리, 날개는 빈약하고 꺾여 무력하다.
원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삶의 목표. 비상을 꿈꾸지만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