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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디자이너]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

여기,예쁜 디자인만 추구하느라 시간을 버리는 신입이 있다는데...

by 비니

TO. 디자인이 예쁘면 다인 줄 알았던 나에게..

기대와 현실 사이

처음 UXUI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꿈꿨을 땐, 모든 게 반짝였다.
피그마로 만든 감성적인 모바일 앱, 마우스를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는 웹 인터랙션, 그리고 내가 만든 디자인을 누군가가 '실제로 쓴다'는 상상....


그 상상 하나만으로도 밤새 포트폴리오를 붙잡고 색깔 하나, 아이콘 하나에 집착했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난 '예쁘면 다 된다'고 믿었다. (ㅎㅎ..)


디자인은 사용자 경험을 말하지만, 그 '경험'이라는 것도 결국 보기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나는, 사회초년생 UXUI 디자이너로 실무에 뛰어들었다... 불같은 현실은 모른채..




피그마 속 예쁨과 현실의 괴리감에 슬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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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첫 주, 내가 만든 온보딩 화면을 팀에 공유했다.

진짜 갓벽하다고 생각하고.. 수정 또 수정해서 공유드린거였다.


사수님께서 바로 "와, 감각 있어요"라는 말을 해주셨다.

고개는 숙였지만 속으론 조금 들떴다. 킥..


'이 회사에서 나는 꽤 괜찮은 디자이너가 될 지도..?'


하지만 그건 정말, 아주 잠깐이었다.

디자인은 예쁘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이 버튼, 개발단에서 처리 어려울 것 같아요.
디자인 시스템에서 이 여백 값 쓰는 거 맞나요?
요 부분은 API 연결 구조 고려하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요.

슬랙 알림이 울릴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움찔거렸다. 이건 분명히 피드백인데, 자꾸만 비난처럼 느껴졌다. 평소 멘탈이 강한게 스스로 자부심 있었는데.. 매일매일 슬퍼졌다..
'내가 못해서 그런 걸까?', '역시 난 실무랑 안 맞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ㅠㅠ)




깨달은 것 : 실무는 디자인보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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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입도 공감하겠지만, 실무에서 디자인보다 어려운 건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개발자와의 대화, PM과의 일정 조율, 마케터의 니즈 파악 같은 비디자인 영역들.

그동안 난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잘하면 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실무는 달랐다. 훨씬 매콤했음...


디자인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난 매일 수십 개의 질문과 요청에 답해야 했다.

어느 날은 프론트 개발자님이 말했다.
'이거 피그마에 지정된 컴포넌트 아니라서, 반응형 구현 다시 해야 해요.'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디자인만 본 사이, 개발자는 그걸 실제로 구현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상상만 해도 죄송해짐)


내가 몇 픽셀 더 예쁘게 만들겠다고 만든 것들이, 누군가에겐 더 많은 시간과 수정으로 돌아간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다.,,


디자인을 잘하는 것보다, 함께 맞춰가는 게 더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 매일매일이다.




그래도, 나는 계속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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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적응하는것도 힘들도 막내로써 눈치도 봐야하고 ㅠ_ㅠ

야근해서 작업한 디자인 시안이 통째로 바뀌기도 하고, 두 번째 프로젝트에선 '디자인 방향부터 다시 잡자'는 말을 들었다. . . .


솔직히, 울컥했다. 취직을 위해 포트폴리오 만들던 때의 열정도, 그때만큼은 한없이 작아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상하게도, 다시 피그마를 열고 마진을 맞추고, 컬러를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닌거 같아도 나는 여전히 디자인을 좋아하나 보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바쁘지만, 알 수 없는 어떠한것이 차오르는 기분이 매일 든다!
실수하면서 배우고, 부끄러움 속에서 성장하는 중이라고... ㅎ 부끄럽다.



그리고 오늘도 디자이너로 살아간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처음엔 내 감정을 담아냈다면, 지금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려 한다.

나는 오늘도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어떻게 사람이 매일 완벽한가! 실수하고, 배우고, 다시 그리면서 살아가자! (스스로를 위한 주문 ㅎㅎ)


그리고 언젠가, 신입분의 첫날에
“괜찮아요 저도 그랬어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신입 UXUI 디자이너의 하루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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