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 하나를 찾기까지

내가 제일 오래, 끊임없이 해왔던 것에서 답을 찾다.

by April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재능이 확실하게 뛰어난 사람,

혹은 하고 싶은 한 가지에 미친 사람.


“저 사람은 자기 길을 찾았구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

늘 한 발 늦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도 흔들릴까.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우리 아빠는 그런 면에서 나와 정반대였다.

화가로 살았던 그는

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 있었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시절이 너무 좋았다고, 너무 자유로웠다고 했다.


그런 아빠가 얄미우면서도

진심으로 부러웠다.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사람.

그 길이 흔들리지 않았던 사람.


얼마 전 코츠월드를 여행했을 때,

한 위스키 양조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주인은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아주 작게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일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그때 생각했다.

얼마나 좋아해야, 저렇게 시작할 수 있을까?


나도 나의 ‘원띵’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이 가는 일은 뭐지?”

“일이 없을 때 나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내지?”


그때 떠오른 건 바로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유리공예, 비누, 양초, 베이킹, 요리…

나는 늘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결과물이 바로 보이는 일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과 결과물 안에 마음을 담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엄마가 된 이후에는

요리가 일상이 되었다.

시간에 쫓겨 차리는 밥상이었지만

가족이 먹을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생각했다.

“누가 나 좀 위해 밥 차려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말을 들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걸 찾아보세요.”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뭘까?

내가 귀찮아하면서도 계속하는 일.

내가 하기 싫다고 투덜대면서도

결국은 또 하고 있는 일.

그걸 조금 나눠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거다!” 싶었다.


사람들은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카페 차릴 거예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실은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이킹 불구자였다.


그 쉽다는 스콘을 반짝이는 돌덩이로 구워낸 적도 있었다.

그러던 내가 코로나 시절

16kg짜리 대형 밀가루를 사서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조금씩 ‘맛있는 실패’를 배우기 시작했다.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도 아이를 안고, 업고,

베이킹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임신과 출산을 버텼다.

그게 나에게는 태교이자, 우울을 견디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것도

요리와 베이킹 도구들이었다.

내가 가진 걸로 시작한다면,

이거여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내 ‘단 하나’를 찾게 되었다.


그건 거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가장 오래, 꾸준히, 진심으로 해오던 일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일이었다.


정말 미칠 듯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이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이 정도면,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해도 되는 게 아닐까.



유레카.

이제 움츠렸던 나를

튕겨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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