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1)

by 하명환

죽음은 의외로 친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은 30일 후, 안타깝게도 사망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언제 죽을지 알려주니까 말이다.


"사망? 내가 죽는다고?"


눈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소녀는 나에게 살며시 다가와 나의 죽음을 선고했다.


"네. 그리고 당신은 지금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형태로도 전달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


나는 눈앞의 소녀가 유독 강조해서 말한 것 같은 단어에 반응했다.


"네. 당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전달할 수 없습니다."

"말할 수도 없고?"

"네."

"글로 쓸 수도 없다?"

"네."


사실 말할 수 있다고 해도 굳이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나이 70에 어디 가서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면 정신병원에 끌려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옆집에 살고 있는 농사짓는 이 씨가 갑자기 나한테 찾아와서 한 달 뒤에 죽는다는 소리를 한다면 농사하다가 더위 먹었냐고 한소리 하고 돌려보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속으로 큭큭 웃다가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내가 왜 죽는지는 알 수 없나?"

"......"

"혹시 내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한다면 안 죽을 수도 있어?"


나이가 많다고 해도 주변에 나보다 더 많이 살고 있는 노인들이 많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앞날이 창창하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삶에 대한 욕심도 남들만큼 가지고 있었다.


"아니요. 죽음은 정해져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던, 그 어떠한 상황이던, 당신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렇구나... 죽는다는 거구나... 나는 곧..."


자신의 죽음이라...

진지하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혹시 마을에서 나한테 하는 짓궂은 장난이 아닐까?'


저 소녀의 말이 진실이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젊은 처자가 늙은이를 놀리고 그러면 안 되지. 하하하."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최대한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미 다 들켰으니까, 그만 훔쳐보고 다들 나오라고."


나는 주변에서 몰래 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 앞에 나오는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하, 하하하... 다들 장난이 짓궂어..."


내 의미 없는 발버둥을 지켜본 소녀의 표정은 처음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그저 차분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내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나보다 작은 소녀였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소녀의 말이 사실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왜 굳이 말해준 거지?"


내 질문에 소녀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이건 너무나도 잔인하지 않은가.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고 살아야 한다니...

죽음을 앞에 두고 두려움에 떨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죽음을 앞둔 탓인지 내 입에서는 어린 소녀에게 하기에는 부적절한 언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스로도 부끄러워지는 너무 아이 같아 보이는 투정.


그렇게 원색적인 비난을 묵묵히 들으며 한동안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소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 그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기회?"


곧 죽는 것이 어떻게 기회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올바른 일에 사용하던. 옳지 않은 일에 사용하던."


그 말과 함께 소녀의 몸은 천천히 투명해지기 시작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선택입니다."


목소리만 남아 내 마음을 계속해서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너는 대체..."


그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나에게 기회라는 것을 준 천사일까?

아니면 마음을 어지럽히는 악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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