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10년을 위스키처럼 천천히 마시기로 했다

쉼표가 필요했던 부부, 위스키를 따라 스코틀랜드로

by 마여사

우리가 만난 지 10년이 되었다.

겨우 10년 가지고 뭐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묻는다면,
그래, 호들갑까진 안 떨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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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냥 궁금해졌다.

10년이라는 시간,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되돌릴 수 없는 30대,

우리는 호적을 같이 쓰면서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웃고, 또 얼마나 지쳤을까?


DSC05176.JPG 같이 산에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어느새
서로를 닮아가는 40대 부부가 되어 있었다.


몸은 시끄럽게 말하기 시작했고, 마음은 조용히 물러나고 싶어졌다.

노안이 오고, 무릎이 시큰하고, 위장이 예민해졌다.
‘우린 아직 젊다’고 외치면서도
어쩐지 마음 깊은 곳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우리에게...


‘지금 아니면 못 갈지도 모른다...’


여행의 문장이 찾아왔다.


DSC05198.JPG 산에만 가면 힘이 넘치는...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부산남자와, 도시의 풍경과 소음에 익숙했던 서울여자는

참 많이 달랐지만 10년을 함께 보내며 묘하게 닮아갔다.

그러니까
“우리 여행 갈까?”
“그래!!”
라는 말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다.


그래서 떠났다.

우리의 목소리를 따라서...


그런데 왜 하필 스코틀랜드냐고?

이유는 하나


위스키...

내 첫사랑 위스키, 맥켈란


영어로 Whisky...

일본어로 ウイスキー... 하하...


진창 취해 다 잊자, 그런 건 아니었지만

모르겠다...

그냥, 가보고 싶었다.

내 첫사랑 위스키, 맥켈란을 만나러...


그가, 아니 내가 처음 사랑하게 된 술, 맥켈란 쉐리 오크 캐스크 12년!
그 한 모금이 이 모든 여정을 시작하게 했다.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캠핑장에서 지내면서

들판과 강을 따라 뚜벅뚜벅 위스키의 고향을 걷기로 했다.

물론 그 비싼 물가의 영국에서 매일 호텔에서 묵을 수는 없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리가 너무 시기를 잘 골랐나?

마침내 도착한 스코틀랜드는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선선하고
햇살이 잔잔하고

스페이강은 속삭이듯 우리를 반기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나 전생에 유럽인이었을지도...


여기가 바로 스코틀랜드구나!

20240620_170902.jpg 스페이사이드에 도착한 첫날, 너무 편안했다 모든 게


사실 지금은 여행을 잠시 멈췄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몸상태에 대해서는 차차 얘기하기로 한다.)

하지만 멈춰 있는 지금,
그 여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글로 옮겨 보려 한다.

기억의 향은 참 깊고 따뜻하다.
마치, 내 인생 첫사랑 위스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