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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NGZHONGLIE Apr 19. 2023

시인의 죽음

-간병실기01

    오후 저녘때가 거의 될때 간호사실에서 수간호사의 외침 소리가 들려 왔다.

    《501호 간병사님, 그방 빈 자리에 새로 입원하는 환자가 들어 올겁니다. 준비하세요.》

    몇분후에 간호실습생이 새로 입원하는 환자를 휠체어에 앉혀 밀고 병실에 들어 왔다.키도 그리 크지 않고 매우 마른 체격에 나이는 육십대로 보였다.

    뒤이어 주치의사 선생님이 간호과장과 함께 들어왔다.

    《직업은요?》주치의사가 환자를 보고 물었다.

    《작가요. 시인입니다.》

    《보호자는요?》

    《없어요. 오래전에 부인과 이혼했고 자녀들도 연락이 없습니다.》

    조금 후에 간호사 두명이 들어와서 관례에 따라 환자의 몸을 살펴 보았다.혹시 몸에 상처나 욕창이 있는지 파악하는 절차이다. 간호사가 나간다음 나도 환자의 몸을 살펴 보았다.다행이 환자의 상태는 기본상 좋은 편이였다.기저귀도 쓰지 않고 소변팩도 사용하지 않았다.  

   환자의 물품을 정리하니 물품속에 홍삼 영양식품과 다른 영양 식품들이 수두룩 하였다.그리고 몇권의 책이 있었는데 한권은 복사본으로 된 책이었다.나는 젊었을때 문학을 즐겨서인지 환자가 작가이고 시인라고 하니 저도 모르게 존경하는 생각이 들었다.환자의 물품을 정리하고 한참 지나니 환자에게 전화가 오는것이였다.

    전화는 환자와 아주 가까운 친구처럼 지내는 한 여사님으로 부터 오는것 같았다.전화가 온 여사님이 아마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없는듯 하였다. 전화 소리가 어찌나 높은지 아주 선명하게 들려 왔다.

    《내 말을 좀 들어 보구 생각 해보세요.이젠 집이고 물건이건 모두 팔아 버려,지금 집을 가지고 있어 무슨 소용이 있고 물건이 있어 무슨 소용이 있어요?단 십만원이 되든 이십만원이 되든 팔아서 자기 병이나 치료해야지…》

    환자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견해가 자기의 생각과 맞지 않아 귀찮은지 그저 《어,어 알았어,생각해 볼게》하면서 대충 얼버무려 가면서 빨리 대화를 끝내려고 애를 쓰는것 같았다.그러나 상대방은 눈치를 못 알아 채는지 한참이나 반복하여 환자를 설복하느라 여념이 없이 말을 이어 갔다.

    전화가 끝난 다음 환자는 나를 보고 배낭에서 필기장을 꺼내 달라고 하였다.필기장의 겉면에는 《페암 말기 환자의 생활》이라고 제목만 씌여져 있고 아무런 글도 없었다.아마 페암 진단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도 그 충격에서 깨여나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십여년간 요양병원에서 간병을 하면서 이러한 환자들을 수없이 상대 하였다.대학병원에서는 환자가 더 치료할 가치가 없으면 이렇게 요양병원으로 전이하여 생명의 마지막을 서서히 맞이하게 한다.

   한참 후에 저녁때가 되어서 식사가 들어왔다.환자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다.

   문뜩 나는 환자가 시인인데 어떤 작품들이 있는가 알고 싶은 생각이 생겼다.하여 나는 인터넷 한국 네이버 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창에 환자의 이름을 쳐넣고 검색 아이콘을 눌렀다.인차 몇개의 검색 결과가 나타났다.검색 결과를 보면 이 환자는 이십몇년 전에 한 시문학 세미나에서 한편의 짤막한 시를 발표하였는데 당시 한 유명한 시인이자 모 대학교수의 칭찬을 받고 수상까지 받았다고 하였다.그러나 그 후로 다른 작품이 세상에 발표되었다는 소식은 없었다.나는 환자가 자기 직업이 작가이고 시인이라고 하였지만 한편의 시를 세상에 내놓고 과연 작가이고 시인이라 자처할수가 있는지 의심되었다.

    이틑날 환자에게 또 전화가 왔다.아마 환자를 스승으로 모시는 젊은 문학 애호자인것 같았다.여자는 환자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환자는 스승의 태도를 보이면서 상대방과 사뭇 친절하게 대하면서 자기의 책이 부본으로 나와서 지금 교정하는 중이라고 알려 주는것이였다.아마 내가 배낭속에서 본 그 복사본 책일것이다.

    그러나 환자는 《폐암 말기 환자의 생활》이라고 제목만 씌여진 필기장을 매일 만지작 거리면서도 정작 글은 써 내려가지 못했다.

    이렇게 내 방에서 약 한주일 정도 지나고 불시에 병세가 악화되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하여 506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내가 일 하는 오층에는 모두 다섯개 병실이 있는데 내가 501호 남자 중증환자실을 담당하고 나의 마누라가 나의 옆방502호 여자 중증환자실을 담당하였고 간호사실 옆에 일인실 독방 병실이 있고 건너편에  낮은 간이 벽을 사이둔 505호506호 두 중환자실이 있다.나와 마누라가 처음에 이 요양병원에 왔을때 바로 505호 중환자실에서 삼년간 간병을 하였었다.중환자실에 옮겨지면 거지반 병세가 호전되어 다시 나오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하기에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생명의 마지막 정거장인 셈이다.

    과연 시인은 중환자실로 옮겨간지 삼일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환자가 생명의 마지막 고비에 들어가면 간호사실에서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통보를 한다.그러면 보호자가 있거나 가족이 있는 환자는 가족들의 마지막 보살핌속에서 서서히 가족과 영별하게 된다.그러나 시인은 옆에 아무도 없이 고독속에서 생명의 최후를 마치고 말았다.

    몇일후에 간호사실의 한 조무간호사와 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있었다.

    《내가 젊었을때 한때는 소설도 써 보려하고 하였는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더군요.하여 나이가 좀 들어서는 결국 작가가 되려는 꿈을 포기 하고 말았어요.그 돌아간 환자가 시인이라고 하니 처음에 나는 매우 우러러 보았는데요.》

    《아니, 시인이면 뭘해요? 대한민국에서 시만 써서는 살수가 없어요.사람은 자기를 정확하게 인식하여야 하지요.실현도 못할 꿈에서 그냥 깨여나지 못하면 잘못 됩니다. 자기절로 시인이라고 시만 쓸 생각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지 못하면 마누라도 계속 붙어서 살수 없으니 혼자 고독하게 살았겠지요.》

    나는 그 조무간호사의 단도직입적인 견해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한편 나자신도 한때는 작가가 될 꿈에서 허덕이다가 결혼도 하고 가정이 있으니 할수 없이 그 꿈을 포기하게 된 지난 일들이 생각 났다.

    혹시 그때 실현 못할 꿈을 제때에 포기한것이 잘 된 일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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