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문제와 저출산

by 권태윤

우리나라만큼 사교육 부담이 높은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싶어도 교육비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육아와 보육에서부터 초중고는 물론 대학,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부모의 학비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교육을 시켜 놓아도 취업도, 결혼도 어렵습니다. 결국 부모는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노후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불행한 노년을 맞습니다. 이런 살벌한 환경에서 ‘저출산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주장에 반박할 논리가 궁핍합니다.


하나하나 근본을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대학부터는 둘째치고, 초중고과정만이라도 사교육 없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요. <교육부-통계청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말기준 한 해 초중고사교육비 총액은 27조1,144억 원에 이릅니다. 초등학교가 12조 4,222억, 중학교가 7조1,534억, 고등학교가 7조5,389억 원입니다. 쉽게 말해 한해 각 가정이 사교육비 때문에 27조 원 이상을 더 지출한다는 의미입니다. 10년 전인 2013년엔 어땠을까요? 2013년기준 한 해 초중고사교육비 총규모는 약 18조6천억 원이었습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7조7,275억 원, 중학교 5조7,831억 원, 고등학교 5조754억 원이었습니다. 갈수록 줄어들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10년 사이에 한 해 기준 10조원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더 기가 막힌 건 학생수는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3년 초중고 학생수는 648만1,492명이었습니다. 초등학생 278만4천명, 중학생 180만 4,189명, 고등학생 189만3,303명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23년에는 초중고 학생수가 520만 9,029명으로 무려 120만명 가까이나 줄었습니다. 2023년기준 초등학생 수가 260만3,929명으로 18만명 가까이 줄었고, 중학생 수가 132만6,831명으로 50만명가량 줄었으며, 고등학생 수가 127만8,269명으로 60만명가량 줄어들었습니다. 학생수가 그만큼 줄었음에도 사교육에 투입되는 비용 자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교육 과열과 미래인재 양성 : 관련성 분석 및 정책제언’에 따르면, 2023년기준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39만8천원, 중학교 44만9천원, 고등학교 49만1천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각각 한 명씩 둔 부모라면 한 달에 85만원가량을 사교육비로 지출해야 합니다. 연간 1천만원가량입니다. 중·고등학생을 각각 둔 부모라면 월평균 94만원가량 지출한다는 의미입니다. 평균이 그렇습니다. 보통의 가정에서 매달 100만원가량을 사교육비로 지출해야 하는 부담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이 낳고 기를 마음이 들까요.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에서도 합계출산율 하락의 약 26%가 사교육비 증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심지혜·김안나의 연구(2022년)에 따르면, 38개국가 학생들의 수학과목 평균 사교육 참여율은 약 44%로 추정되며, 미국과 서유럽은 20% 내외, 일본과 싱가포르는 50%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약 78%로 나타났다. 수학 과목만 봐도 미국이나 서유럽의 4배에 이르는 비율이다.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은 미국과 유럽보다 몇 배나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셈인데, 그야말로 ‘뱁새가 황새를 따돌리는 격’이다. 뱁새 가랑이가 몇 번은 찢어지고도 남을 일이다. 학벌로 줄을 세우는 기괴한 계급구조가 초래한 블랙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의 사교육 시장이 이렇게 팽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고려·조선 시대의 직업에 따른 사회계급이던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유독 선비를 우대하던 문화가 여전히 잔존하는 데 따른 것 아닐까. 소위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그 순간부터 상위계급에 손쉽게 진입하는 환경이 부모들의 마음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소위 학벌주의, 물질주의, 자본주의의 영향은 임금격차에서도 드러납니다. 대학시설에 따른 대학졸업자간 생애임금 격차를 분석한 이지영과 고영선(2023년)의 연구에서는 노동시장 진입시 최상위그룹 대학졸업자들이 최하위그룹 대학졸업자들에 비해 24.6%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며, 이후 격차가 연령에 따라 계속 증가하여 40-44세에는 최대치인 50.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유별난 사교육 열성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강제적으로 사교육 학원에 대한 규제를 새로 만들어 인위적 통제를 가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학벌’이 아니라 오로지 다양한 분야별로 실력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려는 기업의 채용문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자식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야만적인 풍토를 방치하고선 저출산 문제를 풀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입법부와 정부가 시급히 입법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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