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쌀 매입비는 약 1조2,000억원, 보관비는 약 4,000억원으로 총 1조6,000억가량입니다. 흉작 등을 대비해 정부가 농협 등을 통해 매입(공공비축양곡제도)하는 비용입니다. 하지만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비축한 쌀을 푸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2~3년 보관하다가 가공용이나 주정용으로 대부분 헐값에 판매하는 모양입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202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계산한 쌀 추가 공급량은 2025년 32만3,000톤에서 2030년 63만1,000톤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쌀 가격이 일정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8월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20만톤 안팎의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고, 정부의 쌀 매입 비용이 2024년 1조2,000억원에서 2030년 2조7,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게다가 통계청의 '2023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4㎏에 불과했습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84년 130.1㎏ 이후 39년 연속 감소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은 두 가지 문제를 낳습니다. 수요보다 과잉 공급되는 쌀이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현실과, 쌀 재배면적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는 국가 식량안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미래가 존재합니다. 국민이 소비하지 않아서 남아도는 쌀도 골치 아프지만, 가뜩이나 농부와 농토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쌀생산량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자를 염려한 데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농심(農心)’을 고려한 인기영합적 발상이었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는(가격보장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추진 배경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 쌀 재배 농가를 제외한 농민들은 잇달아 반대입장을 냈습니다.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 매수하는 데에만 연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면, 과일·채소를 비롯한 다른 작물에 투입할 농업진흥예산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왜 쌀만 과잉 우대하냐는 지적입니다. 결국 농민도 보호하고, 쌀생산 기반도 유지하는 새로운 발상을 고민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 방안의 하나로 북한 주민에게 정기적으로 우리의 남는 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쌀 자급률이 95.1%로 중국과 비슷한데도 아사자(餓死者)가 발생할 정도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은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닌 '식량 공급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지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높은 쌀 자급률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을 경험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쌀 생산량은 2021·2022년 기준 136만톤으로, 내부 소비량(143만톤) 대비 쌀 순수자급률(수입량 제외)은 95.1%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이는 같은 기간 중국(95.96%)과 유사한 수준이며 한국의 순수자급률(98.23%)과도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발생하는 북한의 식량위기 상황들은 생산량의 절대부족이 아닌 분배·유통 또는 저소득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북한의 식량위기는 배급에서 배제된 저소득 및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실적으로 봐도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키려는 양곡법은, 초과 생산되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수해 보관해야 하고, 2030년이면 정부의 쌀 매입비 약 2조7,000억원에 보관비도 5,000억원을 넘어서 3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칭)통일양곡지원법>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과 주민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방향입니다. 김정은정권의 폭압적 정책으로 북한 주민의 삶은 갈수록 곤궁해지고 있습니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는 앙상하게 마른 자식의 모습에 피가 마릅니다. 이러니 “차라리 전쟁이나 났으면 좋겠다”는 자기파괴적 절망과 탄식이 줄을 잇고 있는 판입니다. 우리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마당에 배를 곯는 북한 주민은 어떤 형식으로라도 지원해야 하고, 그것이 ‘남아도는’ 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라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북통일 비용은 천문학적이 될 것이란 보고서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었습니다. 북한주민에 대한 쌀 지원을 미래를 위한 ‘통일비용’으로 본다면, <(가칭)통일양곡지원법>을 만들어 공공비축분의 일정량을 북한의 식량 사정과 연동하여 무상으로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북한주민이 우리를 동포로 여기는 마음이 절로 들 것이며, 막대한 보관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지 않ㅇㄹ까요? 이와 함께 2022년기준 자급률이 떨어지는 밀(0.7%), 옥수수(0.8%), 콩(7.7%) 등 수입작물에 대해서는 환곡책(물물교환)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함께 고민하여 22대 국회에서 새로운 양곡관리법이 다시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