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
버려진 깨진 그릇처럼
시린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어디서 맞은 지 기억도 없는 통증이
비명처럼 파고들던 때도 있었습니다
발바닥이 갈라쳐 피가 흥건한 데도
마냥 걸어야만 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토록 많던 사람들 다 잃어버리고
혼자 여러날 헤매다닌 적도 있습니다
나는 나를 날마다 상실하여 마침내
기억도 없는 곳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밤새 칼비가 내려 온몸에 숭숭
절망의 구멍이 뚫리던 밤을 기억합니다
버려진 것들과 주은 것들 사이에
소리없는 잔물결이 일었습니다
죽음같던 낯선 평화는
마침내 잠이 들었습니다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그렇게 기분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