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오년전 처자식 두고 하늘 가신 아버지. 그 지아비 따라 열네해 전 하늘 가신 어머니. 분주하고 소란스러우며 흥겹던 추석은 그때부터 상실을 정기적으로 기억해야만 하는 아픔의 날이 되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 친지들과 조상 핑계삼아 자리 함께하는 순간도 거르기가 다반사였습니다. 여섯해 전부터였습니다. 손사레 치며 말려도 눈물보따리가 된 남편을 위해 아내가 추석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제삿밥도 짓고 탕도 끓이고 전을 부치고 잡채도 만들었습니다.
왼쪽눈 백내장 수술을 한 상태로 올해도 그 일을 또 반복할 모양입니다.
점점 나이가 드니 아내가 엄마같습니다. 밖에서 돌아왔을때 집에 없으면 자꾸 찾게 되고, 기다리며 빈집에 오래 앉아 있으면 공허함이 크고 넓어 혼자 남겨진 늙은 개처럼 끙끙거립니다.
점점 겁많고 작아지는 사내를 보살피느라 눈물이 없어진 아내가, 대범함을 가장하며 부엌에서 분주히 음식을 만들 것입니다. 창밖은 흐리고 마음은 촉촉히 젖습니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듯, 우리네 인생도 그리 서러울 것이니 곁에 존재하는 이와 짧은 시절 사랑하며 복되게 살 것. 그것이 우리 어머니가 두고 가신 소중한 유언일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모두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