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
나면서 부터
빈 곳이 더 많았던 나는
늘 허기져 채우기 바빴지
어둡고 습한 늪에서
언제나 빛을 갈망하던
그 잔인한 고립으로부터
누군가의 곁에서
늘 빈 것이 부끄러웠던 넌
박제된 얼음 속에서
그렇게 쌓기만 하였지
날마다 차곡차곡
날마다 꾸역꾸역
산다는 건 생존하는 일
날마다 쌓고 날마다 잃고
포만과 공허 사이를 떠도는
퀭한 눈동자
밤의 적막 낮의 소음 그 어딘가
그와 나의 순간은
한시도 빈틈없이
차곡차곡 텅 비어
무간지옥에 이를 때 까지
가득히 더
차갑게 차갑게...
* 무간지옥(無間地獄) : 팔열 지옥(八熱地獄)의 하나. 오역죄를 짓거나, 절이나 탑을 헐거나, 시주한 재물을 축내거나 한 사람이 가는데, 한 겁(劫) 동안 끊임없이 고통을 받는다는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