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詩(낙서 또는 詩) - 79

by 권태윤

냉장고 -


나면서 부터

빈 곳이 더 많았던 나는

늘 허기져 채우기 바빴지

어둡고 습한 늪에서

언제나 빛을 갈망하던

그 잔인한 고립으로부터


누군가의 곁에서

늘 빈 것이 부끄러웠던 넌

박제된 얼음 속에서

그렇게 쌓기만 하였지

날마다 차곡차곡

날마다 꾸역꾸역


산다는 건 생존하는 일

날마다 쌓고 날마다 잃고

포만과 공허 사이를 떠도는

퀭한 눈동자

밤의 적막 낮의 소음 그 어딘가


그와 나의 순간은

한시도 빈틈없이

차곡차곡 텅 비어

무간지옥에 이를 때 까지

가득히 더

차갑게 차갑게...




* 무간지옥(無間地獄) : 팔열 지옥(八熱地獄)의 하나. 오역죄를 짓거나, 절이나 탑을 헐거나, 시주한 재물을 축내거나 한 사람이 가는데, 한 겁(劫) 동안 끊임없이 고통을 받는다는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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