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의 가소로움

by 권태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이끄는 <드림웍스>가 내놓았던 제프리 카첸버그 감독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개미'(Antz)는, 너무나 작고 미약한 세계를 다루었으면서도 흥미 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사는 일개미 Z-4195는 평생 땅이나 파기보다 개성 있는 삶을 살겠다며 바깥세상을 동경하던 중 공주개미 발라(섀런 스톤)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 후 전투에 동원된 Z는 전쟁영웅이 되고, 파시스트 맨디블 장군의 음모에 맞서 결국 그의 음모를 분쇄하고 동족을 구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 가운데, 내겐 아주 충격적인 장면이 많았습니다.


특히 Z와 공주가 어린아이의 신발 밑창에 붙은 껌에 달라붙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러다 마침내 찾아낸 벌레들의 천국이 결국 사람의 집 부근의 쓰레기 더미라는 장면을 보고는, 우리가 사는 이 지구도 또 다른 세상의 어느 누군가의 눈에는 한낱 축구공만한 덩어리로밖에 인식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괜히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적지 않은 돈을 구입해 자기만의 완벽한 공간으로 가꾸고 다듬는 안락한 자동차 내부도 높다란 아파트나 산 위에서 바라보면 한낱 성냥갑처럼 보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시각에서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우리 은하계에만도 약 4천억 개의 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SETI(지구밖 문명탐사)연구소 소장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에 따르면, 이 4천억 개의 별 가운데 행성을 거느리고 생물이 살기에 적합하며 그 생명이 진화해 항성간 통신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는 행성만도 4백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분명 이 지구라는 존재도 거대한 우주 속에서 보면 영화 '개미'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개미굴에 불과한 셈입니다. 결국 대한민국 역시 그 개미굴의 한 방에 불과하다는 뜻이고, 거기서 다시 남북이 갈리고 지역간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으니 미미해도 참으로 미미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역이 갈리고 여야가 갈린 상태에서 하루도 쉴 새 없이 정쟁(政爭)을 계속하고 반목이 반복되고 있으니, 거대한 그 어떤 존재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가소롭고 한심스런 일일 것입니다.


우물 안에 있으면 그곳이 세상의 전부인양 착각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곳이 우물 안이란 점이고, 우물밖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거대한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정치권이 최대의 사건이라며 서로 팔을 걷어붙이고 상대를 비난하고 사생결단을 낼 듯이 아웅다웅하는 모습도 조금만 크고 높은데서 바라보면 하잘 것 없는 싸움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늘 안에서만 세상을 보려합니다. 창 밖에서 창안을 바라보는 여유는커녕 창안에서 창 밖을 볼 여유도 갖지 못한 체 소모적인 정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삶의 여유, 여유의 정치는 먼데서, 그리고 높은데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데서 가능합니다. 남북간 통일문제라든가 현재의 정치위기를 바라보는 문제도 역시 그러합니다. 지금 당장의 문제에 목을 매고 서로 으르렁거리기 보다는 크고 넓은 시선으로 사건과 현상을 바라보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라를 이끌고 있거나 이끌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민 모두의 시선이 크고 넓어질 수 있도록 깨우치고, 그 큰 세계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앞장 서 이끌어야 헙니다. 우리정치의 이 저질적이고 수준낮은 분주함을 가소로운 듯 바라보는 광대한 세상을 향해 이제는 뭔가 달리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인류는 지척에 있는 달의 뒷면조차 제대로 탐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 정치의 수준은 그보다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형편없는 수준일 것입니다. 지구는 우리 은하계 4천억 개의 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고, 이런 은하계가 우주에는 또다시 엄청나게 존재한다는 사실 앞에서, 개미들의 싸움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소란의 역사를 기록해 가는 우리 정치의 오늘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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