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낮은 대한민국 토론문화

by 권태윤

과거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토론공화국’이란 말도 등장했었지만, 정작 우리 국회의 꼴을 보면 건강한 토론문화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우리 정치권이 앞장서 성숙한 토론에 의한 성숙된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산업현장에서도 노동자와 사용자간 갈등은 많은 부분 대화보다는 대립과 폭력으로 점철됩니다. 다양한 이해집단간 다툼이 생기면 진지하고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험악한 입씨름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하기에 바쁩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사회에 제대로 된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토론문화는 결국 교육을 통해서 육성되고 자리를 잡는데, 그간 우리에겐 이렇다 할 토론교육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제대로 된 토론교육이 실시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도 활발한 토론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보다는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지시일변도의 직장문화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핵심을 벗어난 말꼬리 잡기로 주변만 뱅뱅 도는 말다툼이 지금껏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 토론시간을 갖기는 한 모양이나, 그 토론을 이끌고 나갈 사회자가 제대로 된 토론지식이 없다보니 토론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하고, 결론을 어떻게 도출해 나가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올바른 토론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죽하면 토론전문가를 양성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토론의 방법에 대한 충실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우리 외교가 국제적으로 수준이 낮은 것도 토론문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토론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해 항상 생활 속에서 토론이 이뤄지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도 기대난망입니다. 사회나 정부의 역할과 지원, 시민들의 활발한 토론참여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토론의 장 제공, 대학이나 관공서에서 열린 토론의 장을 자주 마련해 학사행정이나 정부정책에 대한 시민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등의 주장들도 실천이 없으니 공허합니다.


익명의 커튼 뒤에서 욕설로 도배가 되는 온라인상의 저질 토론 역시 문제입니다. 유튜브 까지 가세하여 아주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100분토론도 대부분 개싸움으로 끝나곤 했지만, 정부주도 또는 민간주도의 토론전문방송국(유선방송이나 라디오)을 설립해 우리 사회에서 토론이 시간이나 주제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으로 하는 토론과 함께, 자신의 의사나 주장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언어교육도 확대되어야 하고, 논술교육 시스템 역시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 지금의 논술교육이란 것은 제대로 된 논술교육이 아니라 주입식, 암기식 거짓논술로 변질된지 오래입니다. 시험을 위한 논술이 되다보니 사람들의 사고력을 증진시키고, 자신의 주장을 바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기보다는 점수를 위한 '찍기 논술'로 타락했습니다. 이러한 토론문화의 육성과 발전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숙된 토론문화 속에서 양성된 협상가(Negotiator)들과 로비스트(Lobbyist)들이 많아지면, 국제적 협상에서의 유리한 입장 관철은 물론이고 사업상 교섭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그간 우리정부가 각종 외교협상에서 알고도 당하거나, 몰라서 불리한 결과를 얻은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토론문화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는 협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조차도 모아놓고 토론을 하면 엉뚱한 소리나 늘어놓는 한심한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밑바닥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토론교육을 실시해 국가경쟁력과 시민경쟁력을 동시에 높여야 할 때입니다. 엉망인 우리 국회의원들의 수준부터 제대로 다듬어야겠지만 말입니다. 비아냥, 조롱, 막말은 토론이 아니라 개싸움이란 사실을 먼저 알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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