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예산철이 되면 여의도에는 구걸(求乞) 장터가 펼쳐집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자기 부처, 기관 예산 깎지 말고 더 늘려 달라며 구걸하러 다니고,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은 자기 지역, 지역구 예산 더 달라며 구걸하러 다닙니다. 이들을 구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예산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예산안 최종적심사권을 가진 국회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들입니다.
국회는 국민의 혈세가 허투로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고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정부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고 씀씀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국가재정법과 국회법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너도나도 자기 지역, 자기 부처 예산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 구걸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더 웃기는 건 이런 구걸을 잘해 ‘동냥’을 많이 받아내는, 즉 혈세를 더 많이 탕진하게 하는 사람이 ‘능력자’로 대우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언론은 이렇게 구걸에 능한 자일수록 ‘일 잘하는 국회의원’, ‘능력 있는 공직자’로 평가합니다. 그들이 ‘따왔다’고 주장하는 늘어나는 ‘예산 과실’이 결국은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갈 돈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차라리 비극입니다. 해마다 예산철만 되면, 자괴감과 수치침에 힘들어하는 보좌진들이 있습니다. 거둬들일 예산을 분배하는 과정은 불투명하고 억지스럽습니다. 정권을 잡은 정당은 하나라도 더 챙겨갑니다. 이런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예산안 심사(나눠먹기) 시스템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참으로 한탄스럽습니다.
어차피 나눠먹는 거 내편, 내 지역이 한 푼이라도 더 갖도록 하는 게 ‘능력’이라고 한다면, 폭증하는 국가부채, 국민 조세부담 증가를 나무라는 보도를 해서는 안됩니다. 나라가 망하는 길로 나아가는 데는, 항상 그 뒤에서 부채질 하는 ‘무책임’이라는 흉기들이 존재합니다. 정치인, 언론도 모두 한패거리인 셈입니다.
국민이 부담해야 할 조세부담이 갈수록 폭증하고 있습니다. 경험칙상, 전체 국가예산 중 '꼭 필요한 예산'이 50%,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예산이 30%,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하는 예산이 20%정도 된다고 봅니다.
인식의 틀을 깨부수고 제대로 된 눈을 가져야 합니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한 푼이라도 더 깎아 국민 부담을 줄이려는 자들을 우대해야 합니다. 그게 건강한 감시자(국회, 언론)들이 가져야 할 너무도 평범한 상식(常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