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의미

by 권태윤

언젠가 모 법관 한 분이 저녁 회식 후 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졌습니다. 날씨가 차가워지니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50대인 제 주변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람 목숨 참 파리목숨 같단 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어느해인가 저도 갑자기 약간의 흉통(胸痛)과, 혼절(昏絶)할 듯 한 어지러움이 느껴져서 혼자 급히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1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 갔었는데, 온갖 검사 후 의사소견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온갖 검사 후 의사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며 나중에 검사나 더 해보자고 하더군요. 어느 판사 쓰러졌단 이야기에 심리적 공포심이 느껴진 탓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단 것인지. 괜히 아내만 놀라게 했습니다.


전날 같이 식사 잘 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자다가 심정지로 사망한 중앙부처 실장이 생각납니다. 오랫동안 술동무 하던 보좌관이 지난 11일 혈액암으로 사망한 일도 있었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일이 이렇듯 초라하고 허망한데, 다들 무슨 욕망이 그리도 많아 전쟁처럼 살아가는지 참 알 수 없습니다.


한동안은 폐쇄공포증(閉鎖恐怖症)이 조금 있었습니다. 대중교통(만원버스, 만원지하철, 만원 엘리베이터)만 타면 불안감 때문에 숨이 갑갑하고 식은 땀을 비오듯 흘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증세가 없어진 지는 15년정도 더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나라 구하겠다는 의기(義氣)보다는, 겁만 많아지고 소심해집니다. 남은 인생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겁이 없어지고 더 큰 용기가 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닌 모양입니다. ‘하루’의 길이가 짧게 느껴지는 만큼, 남은 인생은 알차게 살아야겠습니다.


차가워지는 날씨에 다들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보다 소중한 ‘내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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