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타령

by 권태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고추재배량이 가장 많은 모양입니다. 얼마나 그 양(量)이 많으면 고추를 말릴 공간이 부족해 온 천지에 ‘고추건조용 전용공항’ 까지 만들까요. 가덕도에다 ‘고추건조용 전용공항’까지 만들자고 하니 참으로 ‘고추’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질 울릉도, 흑산도공항에선 새로운 품종인 ‘오징어’와 ‘홍어’를 말리게 될테니 ‘수산물건조 전용공항’이 ‘고추건조 전용공항’과 쌍벽을 이루며 경쟁할 날이 머잖았네요.


어릴 때 시골에서 부모님도 고추 농사를 지으셨는데, 말릴 공간이 부족하면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에서도 고추를 말렸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우리 마을에도 공항 하나쯤 있었다면 고추 말리기가 훨씬 수월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그때 정치한다는 인간들은 그 산골에 고추공항 하나 넓직하게 만들지 않고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러시아의 면적은 1707만 5400㎢, 우리 나라의 국토면적은 남한만 99.6천㎢로 세계 총면적의 0.07%에 해당되며 세계 200여 국가 중 109위입니다. 북한 130.7㎢ 합쳐서 68위. 러시아를 우리 남한과 비교하면 약 171배이고 남북을 합치면 약 74배가 됩니다. 중국 총면적은 959만6,960㎢ 로 남한 면적의 약 97배, 한반도 면적의 약 44배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공항과 같은 비율로 공항을 짓는다면 몇 개를 지어야 할까요? 全세계 고추는 물론이고 은하계의 ‘외계품종 고추’까지 다 말릴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솔직히 러시아에 가보면 우리나라 크기만 한 땅덩어리 안에 사람이 한 사람도 안 살 정도 넓이의 삼림(森林)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그 좁은 땅덩어리에 공항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생각될 듯 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차를 타고 달려보면, 우리나라 땅은 그냥 시골 동네 하나쯤으로 여길 수도 있겠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게다가 입만 열면 환경보호 외치는 사람들은 왜 꿀 먹은 벙어리일까요? 공항 하나 만들자면 얼마나 많은 환경파괴가 이뤄지는지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제주공항건설 그렇게 반대하더니, 부산의 환경단체는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름다운 섬, 가덕도’를 온통 시멘트로 떡칠한다는데도 말입니다. 그거 ‘부산 고추’ 다 팔아도 복구 못합니다.


한가지 더.


공항 문제로 물고 뜯는 지역 언론들의 맹목적인 선동과 다툼을 보면 그저 웃음이 납니다. 솔직히 인천국제공항과 멀지 않는 곳(인천 서구)에서 몇년간 살았지만, 일년에 한 번도 공항을 이용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전국의 지방공항 인근에 사는 주민들 역시 소음에만 시달리지, 실제로 그 공항을 이용해 국내나 국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로지 정치권과 언론만의 다툼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부산에서 인천공항 가도 2시간 남짓이면 갑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땅덩어리 큰 나라 국민의 시선에서 보면, 우리의 공항 놀음이 그냥 정신나간 짓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그런 짓을 일국의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대표란 자들까지 나서서 철마다 충동질하니 제대로 된 매운 고추 맛을 아직 못 본 모양입니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겠지만, 좀 이성을 차리십시오.


공항 짓자고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1천만 원씩 내라고 하고, 찬성한 사람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등 개인정보도 금강석(金剛石)에 새겨 자손만대 ‘고추공항 건설유공자’로 길이길이 기억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아, 그리고 갈수록 고령화가 심해져 앞으로 인구소멸지역도 늘어날 텐데, 그러면 앞으로 말릴 고추도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그땐 뭘 말릴지 궁금해지네요. 아마도 재정(財政)만 씨가 마르지 않을까 싶네요. ‘고추’는 들판의 바람과, 자연의 햇볕이 알라서 잘 말릴테니 제발 ‘고추공항’은 이제 그만 적당히 만듭시다.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 공항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꼭 명심합시다. 적자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수요 예측 실패(초기 분석이 낙관적으로 진행되며 실제 이용률과 큰 차이를 보임), 지역 균형 발전 논리(지역 표심 확보를 위한 정치적 논리로 공항 건설이 무분별하게 추진됨), 운영 책임 부족(공항 운영 예산 대부분이 국비로 충당되어 지자체의 책임 의식이 결여됨)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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